▽무대 뒤로 사라진 별들〓세월의 무게를 넘지 못한 ‘옛 별’들은 시드니 올림픽을 고별 무대로 삼아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을 혼자서 작성해오다시피한 러시아의 ‘인간 새’ 세르게이 붑카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예선 통과에도 실패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시드니행 티켓을 따낸 자메이카의 여자 단거리 스타인 멀린 오티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고, ‘시베리아의 불곰’으로 통하던 러시아의 알렉산데르 카렐린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헤비급에서 13년 무패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에서는 남자 체조의 여홍철과 사격의 이은철 등이 세월을 넘지 못했고, 북한 남자 체조의 배길수도 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신기록 명암〓종목에 따라 기록의 명암이 엇갈렸다. 양궁 수영 역도 등은 신기록을 양산한 반면, 육상 사격은 기록이 저조했다. 16일 한국이 양궁 여자 단체에서 1994점을 쏜 것이 시드니 올림픽 세계신기록 1호. 한국 영궁은 이번 대회에서 2개의 세계신기록과 7개의 올림픽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가장 많은 세계신기록이 나온 종목은 역도. 역도에서는 모두 26차례의 세계신기록이 만들어졌다. 다음으로 수영에서 15개의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이에 비해 육상과 사격에서는 단 한개의 세계 기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약물 파문〓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화된 도핑 테스트로 ‘약물 파문’이 예상됐던 시드니 올림픽. 불가리아 역도 메달리스트 3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려 메달을 박탈당했고, 여자 체조 개인종합 우승자인 루마니아의 안드레이 라두칸이 역시 도핑 테스트에서 약물 사용이 검출돼 메달을 뺏겼다. 또 미국의 육상 스타 매리언 존스의 남편인 C J 헌터가 약물 사용으로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 밝혀지면서 약물 파문은 올림픽 전체를 뒤흔들었다.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