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장에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겸 대한축구협회장과 또 한 명의 ‘정치권 인사’를 선임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온 축구인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정부에서 공동위원장 체제를 원하면 축구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렇게 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였다.
98년 월드컵 당시 개최국 프랑스의 대회조직위원회는 공동위원장 체제였다. 사스트르 마르세유축구협회장과 프랑스 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미셸 플라티니가 함께 위원장을 맡았다.
프랑스가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사스트르회장은 그 공로로 위원장이 됐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플라티니위원장을 선임한 것은 프랑스인 다운 기발한 발상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월드컵이 개막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스트르회장이 암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플라티니위원장이 단독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프랑스월드컵 때의 공동위원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의 월드컵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적으로 축구인의 뜻에 의해 지방의 축구협회장과 축구스타플레이어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
반면 한국의 경우 정회장 이외 또 한 명의 위원장은 ‘정치성을 띤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2002년 월드컵은 한일 공동 개최로 열리게 된다. 일본은 한 명의 위원장이, 한국은 두 명의 위원장이 있는 것은 뭔가 맞지 않다. 무엇보다 조직의 장이 두 사람이면 업무의 효율적인 추진이 어렵다는 점은 상식에 속한다.
‘자리 안배’차원의 ‘정치적’ 인사는 결국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뿐더러 2002월드컵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에게도 불안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