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귀국 "내년 선발진입 걱정 안해요"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9분


9일 귀국 인사차 동아일보를 방문한 ‘한국산 핵 잠수함’ 김병현(2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갈색으로 염색한 짧은 머리, 검은색 가죽 점퍼에 큼지막한 배낭을 멘 김병현의 ‘평소 모습’은 마운드에서 보여주던 듬직한 모습과는 달리 전형적인 신세대의 그 것이었다. 김병현은 “시디 플레이어를 배낭에 넣고 다니며 음악을 즐긴다”고 멋적게 웃으면서도 “내년에는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현재 한국에서의 생활은….

“숙소였던 리츠칼튼 호텔에서 나와 지금은 서울 친구집에 묵고 있다. 11일 광주 집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한 것은 없다. 당분간 틈틈히 운동을 하며 휴식 시간을 가지고 싶다. CF 등의 계획도 아직은 없다.내년 1월 중순 미국으로 돌아간다.”

―11월4일부터 벌어지는 미·일 올스타전에는 출전할 예정인가.

“아직 구단 방침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출전하고 싶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의 한 해를 평가한다면….

“대체로 만족스럽다. 많은 것을 배운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162경기를 치르면서 나름대로 메이저리그에 대한 요령이 생겼다.”

―홈 경기나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원정 경기 또는 지고 있는 경기에는 안타나 홈런을 많이 맞았는데.

“정신 자세의 차이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신경을 더 써서 던지는 상황이 있는데, 그 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체력 등의 문제는 없었나.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다.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체력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경험이 부족했던 탓인 듯하다.”

―내년을 미리 진단한다면….

“경기에서 공을 100개 던져본 투수와 200개 던져본 투수는 확실히 다르다. 일단 어느 선까지 올라가면, 다음에 다시 그 선까지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이 바로 ‘경험’이다. 내년에는 경험을 살려 충분히 잘 해낼 자신이 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혼자서 지내야하는 외로움이 힘들었다. 경기를 잘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꾸 그날의 경기 생각에 사로잡혀 잠을 못 자기도 했다.”

―외로움을 느낀다면 여자 친구는….

“없다. 아직 여자 친구를 사귈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과 전자 오락, 그리고 잠을 자는 것으로 여가를 보낸다.”

―본인은 선발 투수를 희망하는데, 소속팀 애리조나의 감독 교체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잘 던지기만 하면 어떤 감독이라도 선발을 맡길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귀국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하겠다. 인터뷰가 늘어났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혼자서 영화도 볼 수 있고, 조금 자유로운 것 같아서 편안하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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