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남자하키 한숨만 푹푹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36분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사상 첫 은메달의 쾌거를 이룬 남자하키 대표팀 김상열감독(45)은 요즘 답답하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풍토 속에서 값진 열매를 맺고 금의환향, 어깨춤이라도 출 법한데 한숨이 앞선다. 눈앞의 기쁨보다는 곧바로 닥친 현실의 어려움 때문.

10일 열린 하키인의 밤 행사에서 김감독을 비롯한 18명의 선수단에는 5000만원의 격려금이 주어졌다. 한사람에게 돌아간 몫은 300만원이 조금 못 된다. 총 3억9000만원의 보너스가 지급된 양궁 등 다른 개인 종목과 인기 종목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 포상금만 바라보고 땀을 흘린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어깨가 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분위기를 느꼈던지 대한하키협회(회장 신박제)는 궁여지책으로 회장사인 필립스의 29인치 평면TV 한 대씩을 전달했다. 2억7000만원의 빚까지 지고 있는 협회로서는 거액의 격려금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어려운 처지였던 것.

고생한 선수들이 행여 사기가 꺾일까 안타까운 김감독의 고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국 하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대표팀 가운데 8명 정도가 유럽의 프로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더 나은 여건에서 뛰고 싶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을 수야 없겠지만 간판 스타들이 빠질 경우 국내 하키는 자칫 고사될지도 모르는 것. 실업팀 창단, 전용구장 건설 등 핑크빛 얘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구체화된 것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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