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브리또(29)가 13일 시즌 마지막 경기인 광주 해태전을 포기하고 돌연 귀국길에 올랐다.
전날까지 현대 박종호(0.340)에 이어 타격 2위에 올라 있던 브리또(0.338)가 고국인 도미니카로 가기 위해 이날 오전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사연은 이렇다.
12일 수원구장. 공교롭게도 현대와 연속경기를 치렀던 그는 2차전 6회 4번째 타석에서 박장희로부터 왼쪽 무릎을 정통으로 맞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동안 출루를 거부했던 그는 박승호코치가 한참 등을 두드리며 다독거린 뒤에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걸어나갔다.
브리또는 당시만 해도 “내일 해태전에 꼭 출전하겠다”며 설욕을 다짐했지만 밤잠을 설친 뒤 날이 밝자마자 강병철 감독을 찾아가 “박종호를 5경기나 출전시키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해도 고의로 경쟁자를 맞추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귀국 결심을 밝혔다.
강감독은 “지명타자나 대타로 낼 테니까 같이 가자”고 권고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이상의 성적만 내면 역전 타격왕이 가능했던 브리또는 결국 미련없이 떠났고 박종호의 ‘버티기 타격왕’은 이렇게 성사됐다.
한편 현대는 올시즌 사상 최다인 91승(2무40패)을 거두는 개가를 올렸지만 시즌 막판 타격 타점왕 만들기와 다승왕 나눠먹기 등 각종 ‘타이틀 조작극’을 벌여 팬들의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현대는 팀내 선발 삼총사인 김수경 임선동 정민태의 등판일정을 조절해 최초로 3명의 다승왕을 배출했고 타점왕 박재홍을 시즌 최종전에선 득점상황에 대타로 내는 몰염치로 소속팀 선수의 빛나는 타이틀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는 평가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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