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내 인생을 걸고 마운드에 설 준비가 돼 있다”고 다짐한 뉴욕 메츠 마이크 햄튼(28)에겐 평생 못 잊을 밤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묻어 나온 120개의 공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타자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메츠가 86년 이후 14년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17일. 무대의 주인공은 햄튼이었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선 햄튼은 9이닝 동안 단 한명의 주자도 2루에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완봉승을 따냈다. 탈삼진 8개에 볼넷 1개, 피안타는 불과 3개.
1차전 7이닝 무실점까지 포함하면 챔피언십시리즈 16이닝 무실점. 그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의 공을 받아낸 포수 마이크 피아자도 ‘정규시즌용 선수’라는 비아냥을 딛고 시리즈 동안 타율 0.412와 2홈런 4타점을 뽑아냈지만 햄튼의 활약에 가리고 말았다.
150㎞짜리 슬라이더와 싱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햄튼은 올 스토브리그에서 메츠가 작심하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트레이드해 온 왼손투수. 시즌전 뉴욕은 외야수 로저 세데뇨와 유망주 투수 옥바티아 도텔, 햄튼과 데릭 벨을 맞바꾸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물론 이 트레이드의 중심은 지난해 22승(4패)을 거둔 햄튼. 사실 올시즌 뒤 풀타임 메이저리거 6년차로 자유계약선수가 돼 다른 팀으로 떠날지도 모르는 햄튼을 메츠가 1년 써먹기 위해 데려온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는 왜 팀에서 에이스가 필요한지 고스란히 증명했고 메츠의 도박은 성공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메츠는 1회 3점을 뽑아 기세를 올린 뒤 5회 토드 질의 3타점짜리 ‘싹쓸이’ 2루타로 카디널스의 의지를 꺾고 7―0 승, 4승1패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각 리그 2위팀 중 승률이 가장 높은 팀에 주는 디비전시리즈 진출권(와일드 카드)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것은 97년 플로리다 말린스 이후 3년만이다.
만약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승2패로 앞서 있는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1956년 뉴욕 양키스―브루클린 다저스 이후 44년만에 ‘지하철 시리즈’가 열리게 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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