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우승후 보장되는 보너스, 연봉 인상 등 달콤한 ‘열매’ 때문만은 아니다. 정상에 선다는 감격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다.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4팀 선수는 모두 우승을 바라겠지만 LG 양준혁(31)에겐 챔피언 트로피가 유독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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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8년 연속 3할타율을 달성하는 등 국내 최정상급 타자의 반열에 오른 양준혁이지만 야구를 하는 동안 단 한번도 팀이 최정상을 밟은 적이 없다.
명문 대구상고 시절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고 영남대 재학중에도 우승 헹가래를 쳐보질 못했다.
프로에서도 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6년간 ‘호화 군단’ 삼성에서 뛰었으나 93년 준우승 한차례가 고작. 지난해엔 한국시리즈 9차례 패권의 해태로 이적했지만 이미 팀은 ‘쓰러져 가는 명가’였다.
“어떤 때는 그런 생각도 한적이 있었어요. 내가 정말 운이 없는 놈인가. 어떻게 가는 팀마다 이렇지 하고 말이죠. 이러다가 야구하면서 평생 우승 한번 못해보는 것 아닌가요?”
한맺힌 한국시리즈 우승을 제 손으로 일궈내기 위해 이번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양준혁의 각오는 남다르다.‘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깨끗하게 씻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몸을 던져 LG 승리의 선봉에 서겠다는 것.
그가 플레이오프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신인왕을 차지한 93년에는 13타수 2안타로 활약이 보잘 것 없었다. 97년엔 15타수 7안타를 때려냈지만 이듬해 13타수 3안타의 초라한 성적. 개인통산 세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4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점은 5개에 불과하고 홈런은 아예 없었다.
“영양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타율관리만 하는 타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실력에 비해 ‘평가절하’돼 있는 양준혁이 명예회복과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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