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현대 막강화력 뒤엔 김용달코치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프로야구 현대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투수야 원래 재목이 좋아서 그렇다지만 드림리그 3위를 한 지난해와 구성원이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타자들이 안타와 홈런을 펑펑 쏟아내는 것은 ‘의문점’이다.

지난해 143개의 홈런을 쳐낸 현대타자들은 올해 20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더군다나 타격을 이끄는 선수들이 중심타선이 아니다. 8번 붙박이였던 포수 박경완이 40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수비 하나만 보고 LG에서 데리고 온 박종호가 타율 0.340으로 수위타자에 올랐다.

이처럼 현대가 ‘방망이 군단’으로 변신한 데는 지난해 LG에서 현대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용달코치가 있기 때문.

김재박감독은 대광고 2년 후배인 김코치를 영입하려고 수년 전부터 공을 들였다. LG에서 이병규 김재현 서용빈 등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

김코치는 선수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주문이 많다. 시즌 전 김코치는 미국 브래든턴 전지훈련에서 용병 퀸란과 실랑이를 벌였다. 32.5온스, 34인치짜리 방망이를 사용하는 퀸란에게 32온스, 33인치짜리 방망이를 써보라고 권한 것.

퀸란은 당시 김코치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홈런포를 펑펑 터뜨려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133경기나 돼는 장기간 정규리그 레이스를 펼치며 퀸란은 슬그머니 김코치가 권했던 배트를 잡았다.

올해 수위타자로 등극한 박종호는 LG시절 김코치의 권유로 스위치타자로 변신한 경우이며 박경완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동계 웨이트 트레이닝을 김코치 밑에서 받고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심재학을 투수에서 타자로 재빠르게 재변신하게 만든 것도 김코치의 힘.

82년부터 7년간 LG에서 프로선수로 뛴 김코치는 타율 0.259에 홈런 12개밖에 없는 그저 그런 ‘똑딱’타자. 그러나 94년부터 LG코치로 뛰며 밤새도록 경기분석과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그동안 경기를 분석한 노트만도 수백권에 이른다.

<대구〓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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