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두산을 대표하는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트리오가 부상과 슬럼프로 때이른 동면에 들어간 반면 김재현·이병규·양준혁의 LG 좌타라인은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먹이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산은 주포 김동주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7타수 5안타로 펄펄 날았던 김동주는 21일 2차전에서 오른손 중지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정상출장은 불가능한 상황.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동주가 23일 3차전에 주전으로 나오지 못하자 두산의 공격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대타로 한타석에 등장해 안타를 쳐내는 것을 본 두산 벤치는 그의 부상이 그렇게 아쉬울수가 없는 눈치.김동주는 4차전에 대타로라도 출장하겠다는 뜻을 코칭스태프에게 전했다.그러나 파워실린 호쾌한 타격은 불가능 할 수 밖에 없다.
두산의 두번째 골치거리는 심정수의 '침묵'. 심정수는 플레이오프 3게임을 치르는 동안 9타수 무안타에 삼진 3 개를 기록,중심타자의 체면을 구겼다.6번타순으로 밀려난 2차전에서는 3차례나 주자를 놓고도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5번으로 복귀한 3차전에서도 볼넷 2개만을 골랐을 뿐 2타수 무안타의 빈타는 마찬가지.
심정수의 타격 부진은 스윙 스피드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원인은 지나친 체중 감량.
심정수는 지난 9월 시드니올림픽 기간을 이용해 100㎏에 육박하던 체중을 5㎏ 가량 뺐다.과체중으로 허리가 아팠기 때문.그러나 갑작스런 감량으로 인해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정작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고생하고 있다.
또다른 두산의 거포 우즈는 특별한 이유없이 부진에 빠진 경우.
정규시즌 타율 3할1푼5리,홈런39개,타점 111점의 맹활약을 펼쳤던 우즈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타율 1할8푼1리,홈런0,타점1점으로 급전직하 했다. 득점찬스에서 헛방망이질은 심정수와 마찬가지.
우즈는 "타석에서 자꾸 몸이 앞으로 쏠려 좋은 타격을 할 수없다"며 부진원인을 자가진단했다. 우즈는 "체중을 의식적으로 오른쪽으로 두기위해 애를쓰고 있다"며 슬럼프 탈출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
반면 LG는 3차전부터 좌타라인이 한꺼번에 살아나 잔치집 분위기다. '공갈포'위기가지 몰렸던 김재현·이병규·양준혁의 '공포의 좌타라인'은 23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나란히 안타 2개씩을 쳐내며 6안타 2타점 3득점을 합작해 팀승리를 이끌었다.
1, 2차전 두 경기에서 세 명이 만들었던 안타수가 고작 3개에 불과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들이 완전히 타격감을 회복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변화의 중심은 프로 7년차 외야수 김재현. 6번타자로 출장했던 앞선 두 경기와는 달리 3차전에서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된 김재현은 1회 1사 후 깨끗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 후속 이병규의 우중간 3루타 때 선제 득점을 올렸다.또 3:0으로 앞선 4회 2사 후 두산 이광우의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앞선 두경기에서 5타수 1안타에 그쳤던 김재현은 3차전을 계기로 완전히 타격감을 되찾았다.
김재현이 살아나자 이병규·양준혁도 함께 신바람을 냈다. 전날까지 두 타자는 모두 9타수 1안타의 빈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병규는 왼손 4, 5번째 손가락 부상으로, 양준혁은 시즌 직후 감기 몸살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병규와 양준혁은 3차전에서 똑같이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안타행진에 돌입했다.이병규는 결승 1타점 3루타 까지 쳐내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고 양준혁도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징크스를 떨쳐 버릴수 있었다.
침묵에 빠진 두산 우타 거포라인과 부활한 LG 좌타 기관총라인.한쪽은 깊은 잠에서 빨리 깨어나야 하고 한쪽은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
한지붕 두가족이지만 전혀 다른 팀 컬러를 가진 두산과 LG의 색깔을 대표하는 우타라인과 좌타라인 중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들의 활약에 따라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결정될 것만은 확실하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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