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코리안 시리즈는 '으르렁 시리즈'

현대와 두산의 ‘신경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시리즈 직전 손가락 부상중인 두산 김동주 대신 나갈 예비 엔트리 문제와 선발 예고제 시행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두 팀은 지난달 31일 2차전에선 현대 주자의 ‘사인 훔쳐보기’에 이은 두산의 ‘빈볼 시비’로 그라운드를 얼룩지게 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8회 2루에 나가 있던 현대 박재홍이 팔꿈치를 문지르는 동작을 계속하자 두산 투수 박명환이 다가가 “사인을 훔쳐본다”며 어필했다. 이에 타석에 있던 현대 박경완은 두산 포수 홍성흔에게 “아무 것도 아니니 공이나 잘 던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카운트 투볼에서 박명환이 던진 공은 박경완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고 흥분한 박경완은 방망이를 든 채 마운드를 향해 걸어나가 위기일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래도 두산측은 분이 덜 풀렸던지 박명환이 퀸란과 박진만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고 물러난 뒤 등판한 최용호가 연습투구때 두 번씩이나 그물을 맞히는 ‘시위’를 벌였다. 두산 김인식감독은 경기후 “현대 주자들이 올 초 주장들끼리 합의한 신사협정을 깨고 포수의 사인을 훔쳐본 뒤 타자에게 계속 가르쳐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박재홍은 “도루를 할 때 팔꿈치를 다쳐 문질렀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 현대 김재박감독도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고 강변했다.

한편 현대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해마다 상대 팀으로부터 어필의 대상이 됐다. 96년에는 해태가 ‘인천 연고 심판의 편파적 판정’을 문제삼았고 98년에는 LG가 ‘인천구장의 마운드 높이가 규정보다 높다’며 실측을 요구해 실제로 6.1㎝가 높음을 밝혔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