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두산, 죽다 살았다

  • 입력 2000년 11월 3일 21시 45분


'팔색조' 조계현과 '보따리 장수' 홍원기가 기울어가던 종가집 의 '서까래' 역할을 해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0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3연패로 벼랑끝에 몰렸던 때문일까. 두산 선발 조계현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답게 평소보다 더 침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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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3연승을 달려온 현대 타선은 홈플레이트에서 여덟가지 색깔로 변하는 조계현의 변화구에 성급하게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했다. 4회까지 1안타의 빈공.

두산 타선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현대 선발 김수경의 제구력 난조를 틈타 4회까지 모두 4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1회 정수근의 어이없는 주루사와 3회 김민호의 병살타, 4회 후속타 불발로 찬스를 무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명의 '영웅' 이 탄생했다. 플레이오프 6차전 9회말 동점 홈런의 주인공 안경현의 그늘에 가려 3차전까지 교체 내야수에 만족해야 했던 홍원기.

0대0으로 팽팽한 5회 홍원기는 1사후 홍성흔이 볼넷으로 나간 뒤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원볼로 몰렸음에도 김수경의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두차례나 파울볼로 걷어낸 뒤 3루라인을 타고 펜스까지 굴러가는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 시리즈들어 팀의 첫 선제타점을 뽑아냈다.

홍원기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정수근이 적시타로 추가득점해 2대0으로 앞선 6회 우즈의 볼넷과 심정수의 내야안타로 만든 2사 2,3루에서 또다시 2타점 중전안타를 뽑아내 만년 후보 내야수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결국 두산이 6대0으로 완승을 거뒀고 7회까지 5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조계현은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령(36세6개월2일)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종전기록은 86년 삼성 김일융의 35세5개월9일.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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