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올 한국시리즈는 얼마 전 끝난 일본프로야구 나가시마(요미우리)와 오 사다하루(다이에)의 ‘ON 시리즈’ 만큼이나 눈길을 끈다.
야구해설가인 하일성씨는 이를 가리켜 ‘김인식감독의 세력 바둑과 김재박감독의 실리 바둑’이라는 표현을 썼다.
먼저 ‘우주류’의 김인식감독. 3연패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작전 부재’란 비난이 쏟아졌다. 3차전까지 7번이나 선두타자가 나갔지만 고집스럽게 강공만 택해 단 한번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즈와 심정수가 연일 헛방망이를 돌렸지만 대타 기용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력 바둑은 중반 이후 힘을 쓰는 법. 두산은 4차전에서 6회 우즈의 볼넷 뒤 마침내 심정수의 강공이 성공했고 홍원기의 적시타로 2점을 보태 꺼져 가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1차전부터 계산하면 선두타자가 출루한 10번째만의 득점. 두산은 5차전에서도 4회와 7회 1루에 나간 선두타자를 연속으로 홈인시키며 대역전에 성공했다. 극심한 슬럼프에 헤매던 우즈와 심정수가 5차전 들어 되살아난 것도 김인식감독 특유의 뚝심이 결실을 본 것.
이에 비해 발빠른 실리 바둑의 김재박감독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용병술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2차전에서 발목 부상의 박재홍과 대표적인 거북이 타자 박진만 박경완에게 2루 도루를 시켜 두산 포수 홍성흔에게 포스트시즌 최다 실책(3개)의 불명예를 안긴 것은 ‘여우’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목.
5차전에선 5회 심재학과 6회 박경완에게 잇달아 기습 번트를 시켜 절반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타자에 따른 수비위치 이동과 5명의 왼손타자가 벌이는 히트앤드런 작전은 공수주에 걸친 그의 트레이드마크 완성판.
그러나 김재박감독은 5차전에서 7회 두산 정수근 타석 때 외야수의 위치를 너무 앞으로 당기는 바람에 뼈아픈 역전 3루타를 허용하는 자충수를 뒀고 6회 등판한 조웅천의 구원 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무작전이 최고의 작전’이라는 김인식감독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인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김재박감독.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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