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는 마지막 승부가 7차전에서 갈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승부’라는 말을 들을 만 하다.
첫 7차전 승부는 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삼성은 시즌 막판의 ‘져주기’로 롯데를 한국시리즈의 파트너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롯데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롯데에는 혼자서 한국시리즈 4승을 거둔 ‘철완’ 최동원이 버티고 있었던 것. 롯데는 2승3패로 뒤지다 6차전부터 2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 김일융 역시 혼자 3승을 거뒀지만 마지막 7차전 최동원과의 맞대결에서 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래고 말았다. 7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린 유두열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93년 삼성과 해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차전이 무승부로 끝나 해태가 4승2패1무로 우승을 안았다. 삼성의 박충식과 해태 선동열이 맞대결을 벌인 3차전은 아직도 회자되는 경기. 1승1패에서 ‘대투수’ 선동렬과 맞닥뜨린 신인 박충식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고, 삼성 벤치는 15회까지 박충식을 완투시켰다. 이 경기를 잡지 못한 삼성은 4차전을 이기기는 했지만, 5 6 7차전을 내리 내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태에 넘겼다. 0.310의 타율을 기록한 해태 이종범은 신인답지 않은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95년 두산과 롯데의 ‘경부선 시리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승부. 2승3패로 뒤지던 두산은 6차전에서 진필중의 완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7차전에서 두산 선발로 등판한 투수는 1,4차전에서 내리 패전투수가 됐던 김상진. 그러나 김상진은 7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기어이 ‘에이스’의 몫을 해냈다. 두산 김민호는 시리즈 7경기에서 12안타를 몰아쳐 MVP가 됐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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