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현대 김재박감독은 현역시절 여우 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야구센스가 뛰어났던 야수. 때문에 그의 야구는 상황판단이 빠르다.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수시로 작전구사를 즐기는 스타일. 보통 감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5%라고 보면 김감독은 10% 이상이다.
하지만 야구는 선수가 한다. 감독의 의도대로 따라주는 선수들이 있어야 경기력이 발휘된다. 모두가 홈런타자가 되거나 모두가 승리투수가 될 순 없는 것. 주연만으로 영화가 이뤄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각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해야 바퀴가 제대로 굴러간다.
김감독은 선수 한명 한명이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충실히 수행한 게 승리의 비결 이라고 밝혔다.
진흙속에서 건진 보석 퀸란과 박진만은 3루와 유격수로 이어지는 핫코너 를 잘 지키며 올시즌 내내 수비에서 큰 몫을 해냈다. 베테랑 전준호와 이명수는 벤치를 들락거리면서도 교체멤버로 소임을 다했다. 다승왕을 차지한 정민태-임선동-김수경의 뒤엔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 중간계투요원 조웅천이 있었다.
절묘한 조직력을 갖춘 현대는 정규시즌 최다승(91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공히 국내 프로야구 정상에 올랐다. 한두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은 ‘25명의 힘’이었다.
<수원=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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