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시즌 프로축구는 흥행면에서 실패한 시즌으로 기억하게 됐다.
지난해 프로축구 관중 200만 돌파를 자축한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1년이 지난 지금 “너무 일찍 샴페인을 떠뜨렸다”며 자조하고 있다.
지난 시즌 267만2004명의 총 관중에 한 경기 평균 1만4138명의 관중을 불러모아 “프로축구가 완전히 자리잡았다”며 큰소리 쳤으나 올시즌 들어 총 관중 184만6850명(한 경기 평균 9824명)으로 관중이 30.9%가 급감한 것.
또한 김기복 고재욱 박성화 3명의 감독이 시즌 중 중도 하차하고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 이태호 대전시티즌 감독이 새로 취임하는 등 각 팀 사령탑 선임에도 파란이 많았다.
관중 감소의 원인으로는 10대 소녀팬까지 경기장에 불러들였던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등 신세대 스타의 해외진출과 부상 등으로 프로 그라운드에서 그 모습을 별로 볼 수 없었고 국가대표팀의 부진 그리고 높은 수준의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시드니올림픽 등 빅이벤트가 스포츠팬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
그러나 이 보다는 지난 시즌의 성공에 도취돼 합리적인 프로리그 운영방안이나 제도 창출에 소홀했던 것은 물론 서비스나 홍보 등을 개선시킬 생각을 하지 않은 프로축구 관계자들의 안일함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
이런 와중에도 100억원 이상의 거금을 투자한 안양 LG는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이루는 감격을 맛봐 “역시 프로스포츠는 투자와 성적이 비례한다”는 정설을 실감케 했다.
또 수원 삼성이 전관왕을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이룬 지난 시즌에 비해 올시즌에는 안양과 부천 SK(대한화재컵 우승), 수원(슈퍼컵, 아디다스컵 우승)이 우승을 나눠 갖고 여기에 전북 현대모터스와 성남 일화가 탄탄한 전력으로 상위권에 올라 팀 판세 변화를 주도했다.
한편 관중 수는 떨어졌지만 기록은 다소 풍성했다.
안양은 시즌 최다연승(10승)과 최다 연속경기 득점(24경기)의 두 가지 팀 기록을 세웠고 개인기록 부문에서는 ‘득점왕’에 오른 김도훈(전북)이 8경기 연속 득점으로 프로 타이기록을 수립했으며 신홍기(수원)는 역대 네번째로 300경기 출전기록을 세웠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