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수치는 아니지만 수준급의 기록이다.하지만 보통선수가 아닌 팀의 '간판스타', 그것도 2억원(정확히 2억4천만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단에서 그 많은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적어도 게임당 평균 20득점 10리바운드는 잡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현주엽(25·195㎝).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의 2000-2001시즌은 위의 기록만 봐도 알수 있 듯 '실망' 그 자체였다.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내리 3경기를 결장하더니 첫 출전한 11일 이후에도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구단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팬들까지 실망시켰다.
물론 부진의 이유는 있었다. 왼쪽 무릎이 좋지않아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힘든상황.게다가 진효준 감독은 "'느림보' 현주엽은 팀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며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도 벤치신세를 감수 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현주엽 길들이기'를 선언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현주엽은 역시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낼 줄 아는'대스타'였다.
'더이상 움추리면 낭떨어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현주엽은 22일 삼보 엑서스전에서 '현주엽다운 플레이'로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날려 보냈다.
아픈 무릎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39분간 코트를 누빈 현주엽은 두 팀 통털어 최고 득점과 리바운드인 37점 11 리바운드를 각각 기록했다.올 시즌 들어 자신이 거둔 가장 좋은 개인 성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3쿼터 종료 27초를 남겨두고 삼보 존 와센버그의 팔꿈치 에 맞아 아랫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적지의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현주엽은 눈에 뛰는 활약외에도 골밑에서 보이지 않는 궂은일까지 묵묵히 해내며 '리더'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경기로 평균득점 20점대(21.5, 6.3리바운드, 3.7어시스트 )를 회복한 현주엽은 데뷔 후 최고였던 지난시즌(22.2득점, 5.6리바운드 7.1어시스트)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약속하며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