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복싱에 푹빠진 이주형씨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48분


‘평범한 건 싫다.’

서울 종암동 변정일복싱에어로빅클럽. 앳된 티가 완연한 한 아가씨가 탈의실로 달려들어가더니 금방 옷을 갈아입고는 줄넘기를 들고 나온다. ‘탓탓탓….’ 마치 프로복서처럼 능수능란하게 줄넘기를 한동안 넘고는 스트레칭 체조를 한 뒤 8온스짜리 글러브를 끼고는 샌드백 앞에 선다. 원투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샌드백이 연신 출렁거린다.

이주형씨(20·수출입은행 선박금융실).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하고 힙팝과 테크노를 즐겨듣는 영낙없는 신세대인 그녀가 자랑하고 싶은 남과 다른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남성이 전유물’로 여기는 복싱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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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전혀 우울하지 않다. ‘또 다른 애인’인 복싱이 있기때문이다. 이주형씨는 회사를 마치면 곧장 복싱클럽으로 향한다. 하루동안 지친 몸을 이끌고 1시간여 가야하지만 발길은 가볍기만하다.

줄넘기로 몸을 풀고 묵직한 샌드백 두드리고 스파링을 하다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 가버린다. 이젠 복싱없인 하루도 못살 것 같다.

그녀가 복싱에 발을 들인 건 지난해 11월. 상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남보다 일찍 은행에 취직한 뒤 회사와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속에 활력소를 찾게 된 것이 ‘복싱에어로빅’.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살을 빼려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 복싱을 시작한뒤 5㎏이나 빠졌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는 순간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복싱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젠 복싱 자체가 목적이고 살빼는 것과 건강은 덤으로 얻고 있다.

처음엔 남자도 하기 힘든 운동을 왜하냐는 주위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들이 못하는 스포츠를 하고 있다는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요즘은 친구들은 물론 회사 사람들에게 복싱의 재미를 한껏 들려주며 권하고 다닌다.

복싱을 하고 있다는 말에 주변 남자들이 슬슬 피하는게 좀 찜찜하다. “복싱이 격렬하다는 것은 선입견일뿐이에요. 나는 복싱으로 한층 부드러워졌는걸요”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관둔다. 직접 해보지 않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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