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말만해,다 들어줄게"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9시 36분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람보 슈터’ 문경은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당구.

‘고수’는 아니지만 휴식시간이면 체육관 로비에 있는 당구대에서 산다. 삼성선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당구파. 당구말고는 여가를 보낼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올 겨울엔 삼성선수들의 취미가 다양화될 것 같다. 최근 최고급 컴퓨터 4대와 게임기 3대를 숙소에 비치해 ‘채팅파’와 ‘겜보이족’이 곧 등장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뭐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신이 나네요.”

구단 프런트들도 덩달아 즐겁다. 몇 년 전 성적이 좋지 않자 하루에 몇만원 밖에 들지 않는 선수 간식비를 깎으라는 상부지시에 고민하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

이렇다보니 ‘즐거운 고민’도 있다. ‘과일전용 냉장고’를 사달라는 선수들의 요구가 바로 그것. 세상에 김치냉장고는 들어봤어도 과일냉장고는 금시초문. 모기업 삼성전자는 물론 백방으로 과일냉장고를 알아봤지만 이는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이었다.

결국 구단은 120여만원을 들여 숙소에 600ℓ짜리 냉장고를 하나 더 들여놨다. “미안하다. 일반용인데 과일만 넣으면 과일전용 아니냐”는 말과 함께. 역시 성적은 잘 내고 볼 일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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