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스포츠중계권'놓고 KBS-MBC 붙었다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27분


MBC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박찬호(LA다저스)의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함에 따라 촉발된 방송 3사간의 경쟁이 ‘진흙탕 속의 육박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KBS에 프로야구는 4년간, 프로축구는 5년간 독점적으로 방송중계권을 주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내용 또한 파격적이다. KBS는 시범경기에서부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각종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독점권을 보장받았으며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위성TV와 라디오 중계권이 모두 포함됐다.

KBS는 다른 방송사에 이를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까지 얻었다. 물론 SBS와 iTV 등에는 줘도 MBC와의 거래는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의 경우 중계 횟수는 지상파로 정규시즌만 30회 이상 중계하기로 약속했다. 중계권료는 2001시즌이 올 36억원의 곱절에 가까운 70억원, 이후 3년간은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축구는 계약기간 5년 이후에 KBS에 우선협상권까지 줬다. 중계권료는 올해 15억5000만원의 120% 이상을 보장한다.

이에 대해 MBC측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곽성문 스포츠국장은 “KBO와 축구연맹에 강력 항의하겠다. 이제 방송 3사간의 신사협정은 깨졌다. 남은 건 전면전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KBS와 SBS의 동맹군이 여기서 물러설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 동맹군은 프로농구 중계까지 올해 3사가 6억원씩 18억원을 공동부담했던 것과는 달리 내년부터는 MBC를 제외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마친 상태다.

이제 2002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중계하기 위한 전쟁은 최대 격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도 MBC가 98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독점중계했던 ‘구원(舊怨)’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때 아닌 스포츠 중계권 쟁탈전은 시청자와 팬을 외면한 메이저 방송 3사간의 파워게임으로 일관될 것 같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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