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오인환 코치의 잠 못 이뤘던 밤

  • 입력 2000년 12월 3일 15시 52분


"이제 발 쭉 뻗고 잘 수 있게 됐습니다."

이봉주의 후쿠오카 레이스를 가장 가슴 졸인 채 지켜본 사람은 다름 아닌 오인환(41·삼성전자) 코치였다.

오 코치는 시드니올림픽 때보다 더한 부담감에 두 달 넘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1년전 일부에서 '노스승을 저버린 배신자'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이봉주와 함께 코오롱을 떠날 때에는 차라리 속이라도 편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다시 찾아온 주위의 냉소와 재기에 대한 스트레스에 짓눌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오 코치는 우선 재기는 정신력에 달려있다고 판단, 코오롱을 나온 뒤 시골여관을 전전했던 '배고픈' 시절로 돌아갔다.

올림픽 후 가정을 돌볼 틈도 없이 전지훈련을 재개, 충남 보령과 경남 고성으로 캠프를 옮겨다니며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대회 일주일전 식이요법에 들어간 이봉주의 식사를 직접 챙긴 것도 오 코치의몫이었다.

결국 고생 끝에 낙이 온 것일까.

이제 '미다스의 손'으로 불러로 무리가 없을 만큼 오 코치는 이봉주의 부활을 만들어내며 정봉수 감독의 뒤를 잇는 차세대 마라톤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훈련 때에는 정 감독 못지 않게 독기를 내뿜는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후쿠오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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