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구대성에게도 의미있는 날이었지만 구대성을 선택한 오릭스에게도 무척이나 분주하고 중요한 하루였다.
즉시 전력감인 왼손투수 영입을 위해 한국의 구대성을 놓고 뉴욕 메츠를 비롯한 메이저리그팀들과 경쟁을 벌였던 오릭스는 자국내에서 내해 테츠야(18)라는 드레프트 1순위자의 영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구대성이야 이미 시드니와 이전의 시합을 통해 일본에서도 능히 20승이나 40세이브 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검증받은 투수. 내해 테츠야는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왼손 강속구 투수로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프로무대에서도 이전의 실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인 상태.
두 투수의 영입을 위해 뛰어다니던 오릭스는 4일 구대성측으로부터는 입단 OK사인을 받아내고 내해로부터는 입단 거부 통지를 받았다.
시간적으로 따지고보면 내해의 입단 거부통지가 우선이었다. 그리고나서 구대성과의 입단계약을 성사시킨 것.
오릭스는 드레프트 1순위인 내해를 잡기 위해 팀내 에이스의 백넘버인 18번을 준비하고 계약금 1억엔, 연봉 1300만엔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하지만 내해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현금만으로는 부족했을까? 내해는 3년후 거인 입단을 희망하며 도쿄 가스라는 사회인팀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일본프로야구계에서는 사회인리그에서의 영입투수는 드레프트 역순위팀, 즉 상위권팀에게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내해의 생각으로는 현재 오릭스보다는 3년후 상위권에 머물고 있을 것 같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이라는 확신한 듯 싶다. 그래서 오릭스에게 호소에 가까운 입단거부통지를 했다.
이후 오릭스는 같은 날 구대성의 영입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미 에이스의 백넘버 18번을 준비해놨고 구가 머물 주택과 자동차를 완비해 놨다고….
또 고베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겨냥해 각종 상품(구대성을 중심으로 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발빠른 계산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만일 일본의 유망주인 내해가 울며겨자 먹기로 오릭스에 입단했다면 오릭스에서는 또 하나의 왼손 투수가 필요했을까?
하여간 12월 4일은 오릭스에게도 중요한 날이었지만 특히 구대성에게는 자신의 꿈이 실현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일생일대 최대의 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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