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집에서 전화를 받는 주부는 병들어 누어있는 경우아니면 인간성이 나빠 아무도 모임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라는 것.
이 유머를 소개하며 깔깔 웃는 류성숙씨(36·서울 강동구 길동)는 매일 오전이면 눈보라를 일으키며 스키를 즐기는 ‘스키족’이다.
매일 스키장에 다닌다면 이름난 재벌집의 며느리라도 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류씨가 매일 아침 스키를 지치는 곳은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실내스키장. 이곳에 다닌지도 벌써 3년째다.
결혼한지 12년이 된 류씨가 실내스키장 문을 두드리게된 이유는 순전히 두 아이 때문.
아이들은 스키장에 가보고 싶다고 난리를 피는데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 난감하던 차에 실내스키장 간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간 게 계기다.
처음엔 기본자세만 배워보겠다고 시작한 류씨가 중급이상의 스키실력을 갖추고도 줄곧 실내스키장을 찾는 이유는 이곳에 또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
스키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설원을 빠른 속도로 미끌어져 내려오는 것.
반면 실내스키는 반대로 사람은 한자리에 그대로 있고 부직포가 컨베이어시스템에 연결돼 끊임없이 돌아가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돌아가는 바닥은 조금이라도 자세가 이상하면 넘어지게 된다. 스키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하루 한시간만 실내스키장을 찾아도 다리가 휘청거릴정도로 힘이 들어요,운동량이 없는 나같은 주부한테는 최고의 운동인 셈이죠”라고 류씨는 하체강화 효과가 만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게다가 부직포 위에서 반복동작하는 것이 따분한 것에 착안해 실내스키장에 눈과 감촉이 똑같은 인공눈이 깔려 야외에 나온 감각을 느낄수 있다.
“눈위에서 달리니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면 집보다 실내스키장에 먼저가요.” 집근처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해 아이들 돌볼 시간이 부족한 류씨에게 실내스키장은 ‘탁아소’ 역할도 해주는 셈.
류씨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것. 어느날 한 중년 남자가 실내스키장에 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스노보드를 연습하는 것을 보고 도전충동을 느꼈단다. 스노보드는 부직포에선 연습이 불가능했는데 인공눈에선 연습효과가 만점.
류씨는 올해 아이들과 ‘진짜 스키장’에서 스노보드 탈 꿈에 부풀어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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