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은 9일 태릉 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첫날 1000m 경기에서 1분11초64로 결승선을 통과, 마이크 아일랜드(캐나다·1분11초95)를 0.31초 차로 제치고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최재봉은 10일 열린 둘째 날 1000m 경기에서도 비록 메달권 진입은 실패했지만 4위(1분11초82)에 올랐다.
이로써 최재봉은 월드컵시리즈 종합 점수에서 160점을 획득, 180점을 기록한 아일랜드에 이어 남자 1000m 종합 2위가 됐다.
최근 한달새 500, 1000, 1500m에서 4개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재봉은 한국 빙상의 새로운 희망. 장거리 선수 출신답게 막판 뒷심이 뛰어난 그는 지난달 1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캔암대회 500m에선 한국기록(35초31)으로 우승하며 세계기록(34초63) 보유자인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을 3위로 따돌린 적도 있다.
최재봉의 놀라운 변신은 98나가노동계올림픽까지 3년간 대표팀 룸메이트로 선수 생활을 같이했던 단짝이었던 김윤만(27)이 5월 대표팀 수석코치가 되면서 비롯됐다.
최재봉은 누구보다 절친한 선배였던 김코치의 지휘 아래 솔선해서 훈련에 임했고 그 열매가 이제 맺히고 있는 것. 김윤만코치는 “워더스푼에 비해 최재봉의 신체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출발 때의 순발력만 보완하면 세계 정상의 꿈도 가능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97년 11월 1000m에서 3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던 이규혁(고려대)은 9일 1분12초17로 3위에 오른 데 이어 10일엔 5위(1분11초84)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선수가 약한 남자 500m는 9일 경기에선 세계기록(34초63) 보유자인 워더스푼(35초89)이, 10일 경기에선 98나가노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시미즈 히로야쓰(35초59)가 우승했다.
최재봉과 이규혁은 첫날 36초17로 공동 7위, 둘째날은 각각 10위와 9위에 그쳤다.
여자 500m에선 카타리나 르메이 도언(캐나다)이 38초99와 38초80으로 이틀 연속 정상에 올랐고 여자 1000m에선 크리스 위티(1분19초01·미국)와 산미야 에리코(1분18초72·일본)가 우승컵을 나눠가졌다. 전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최고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돌하는 이번 대회는 월드컵 시리즈 중 올 시즌 세번째 대회지만 500, 1000m 스프린트 종목으로서는 첫번째. 특히 이 대회는 다음 시즌인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딸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