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양수리-포천 드라이브코스, 수채화 같은 풍광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9시 06분


<정태춘이 부른 ‘북한강에서’라는 노래. 몸과 마음 깊숙이 스며든 도시의 음습함이 노래에 씻겨 날아가는 듯하다. 신새벽 물안개 피는 북한강.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가. 차를 몰고 양수리(경기 양평군)의 두물머리(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의 돌출지형 이름)로 가자. 가서 새벽강에서 새치름히 피어 오르는 물안개에 몸과 마음을 적셔보자.>

서울 88도로 동편의 미사리 카페촌을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다다른 양수리. ‘두물머리’로 가기 전 남북 두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운길산(해발 610m) 중턱의 고찰 수종사(水鐘寺·경기 남양주시 근안면 송촌리·031―576―8411)로 간다.

▲ 양수리 두물머리 나루는 남과 북 두 한강이 만나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는 곳.

▽수종사〓45번 국도상에 세운 ‘운길산 대한조계종 수종사’라는 팻말 건너편의 콘크리트포장의 가파른 산 길로 오르기를 3㎞. 동트기 전이지만 산사의 아침은 벌써 시작됐다. 절 마당의 가지런한 빗질자국이 말해준다. 처마 아래로 펼쳐진 양수리 두 한강의 고즈넉한 아침풍경. 철교로 새벽열차 지나고 강변은 물안개로 새하얗다. 세조5년(1459년)에 창건된 이 절에는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조카를 죽이고 등극한 뒤 말년에 피부병을 얻어 고생하던 세조는 어느날 오대산 약수터에서 치료를 마치고 새벽 배를 타고 돌아오던 중 청아한 종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한 폐사지의 암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옆에 18나한이 비바람을 맞고 있다는 보고에 세조는 절을 짓고 석탑을 세워 나한을 탑안에 봉안하라고 명했다. 수종(水鐘)이라는 이름의 유래다. 이 절의 물맛은 하도 좋아 ‘동양의 다성(茶聖)’이라 불렸던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5)가 남양주에 낙향한 다산(茶山·1762∼1836)을 찾을 때면 항시 예서 차를 마셨다는 얘기도 전한다. 그 차맛은 경내 다실 삼정헌(三鼎軒)에서 볼 수 있다.‘묘용시 수류화개’(妙用時 水流花開·한 잔 차로 느끼는 오묘한 환희감)의 차 맛은 다실의 전면 통유리창을 통해 막힘없이 조망되는 양수리 두 한강의 비경까지 더해 극치를 이룬다. 찻값을 내라 하지는 않지만 불전함에 성의껏 보시하는 것, 사용한 찻잔 등 다구를 씻어 두고 나오는 것은 방문객의 예의.

▽두물머리〓두 물(남한강 북한강)이 만나 큰 강(한강)을 이루는 곳에 삐죽하게 튀어나온 지형의 나루터. 강이 330도의 각도로 펼쳐진다. 마지막 잎새 몇 장이 매달린 나목, 호수처럼 잔잔한 강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빈 나룻배, 수면 위에 엷게 드리운 물안개, 그리고 갈대 무성한 작은 섬이 보인다. 강건너 동네(퇴촌면)와 산은 구름에 가려 희뿌옇다. TV드라마 ‘첫사랑’에서 최수종과 이승연과 만나던 곳이라고 하면 혹여 기억 날는지.

▽북한강변〓드라이브코스. 양수리 시외버스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청평’(25㎞) 가는 길. 공사가 한창이지만 가 볼 만 하다. 왼편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오른편으로는 특이한 카페 건물과 유럽풍 전원주택이 보인다. 문호리에서 2번 군도(도장리 명달리 방향)로 가면 중미산 가는 길. 전형적인 시골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양평 허수아비축제 때 세워둔 허수아비가 빈 들판을 지킨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면 옥상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한 ‘중미산 천문대’(개인 소유·민박 운영)가 보인다. 2층의 ‘스타카페 오픈하우스’(031―771―0306·www.astrocafe.co.kr)에 들어가면 통유리창을 통해 중미산 이깔나무 숲 풍경이 운치있게 다가온다. 수시로 다양한 천문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웨스턴밸리〓포천에 가면 수온산(해발 530m·화현면 명덕리) 기슭의 웨스턴밸리에서 클레이사격을 즐겨보자. ‘피전(pigeon)’이라고 불리는 지름 11㎝의 주황색 초벌구이접시를 하늘로 날린 뒤 엽총으로 쏘아 맞히는 올림픽종목의 엽총사격.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귀청을 때리는 충격적인 파열음과 둔탁한 반동, 명중된 피전이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 흩어지는 통쾌한 광경을 즐길 수 있다. 통제관이 일대일로 지도해 안전하다. 25발들이 탄환 한 상자(2만5000원)을 다 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 정도. 다 쏘고 나면 근심 걱정도 사라지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진 듯 가슴이 후련해진다. 031―531―3500, www.westernvalley.co.kr

▽삼광승마장〓한겨울에도 서울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살빼기에 효과적이어서 승마인구가 크게 늘고 있단다. 1시간 승마에 소모되는 칼로리는 성인 남자가 2700㎉, 여자는 2100㎉. 골프와 맞먹을 정도라는 것. 승마장에서 만난 최영란씨(48·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승마는 자연(동물)과 일체감을 주기 때문에 골프나 다른 스포츠와 그 느낌과 즐거움이 전혀 다르다”면서 “말등을 통해 전달되는 규칙적인 반동이 소화를 돕고 몸에 탄력도 준다”고 말했다. 삼광승마클럽은 회원제가 아닌 쿠폰제(10회에 30만원, 20회에 50만원)여서 편리하다. 쿠폰 한 장으로는 원하는 시간만큼 승마할 수 있다. 웨스턴밸리와 제휴, 사격장을 들른 고객은 1시간용 쿠폰(1회 17000원)을 이용할 수 있다. 031―533―5002summer@donga.com

◆ 패키지여행

승우여행사(02―720―8311)는 운길산 수종사∼두물머리(TV드라마 ‘첫사랑’ 촬영지)∼서울종합촬영소(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세트장)를 들르는 스크린 테마투어(당일) 참가자를 모집한다. 16, 17일 출발, 2만8000원. 서울종합촬영소 내 영화관에서 영화 ‘동감’ 관람.

◆ 찾아가기

▽수종사〓팔당대교∼6번국도∼봉안터널에서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빠져 45번국도(청평 서종면 양수리 방향)∼조안IC/2.5㎞∼진중삼거리/좌회전/1.8㎞∼조안 보건지소(길건너) 앞에 입간판 및 진입로 ▽두물머리〓6번국도(양평 방향)∼양수교∼양수리 버스터미널 사거리/우회전 ▽양수리→포천〓양수리 버스터미널 사거리∼363번 지방도(가평 춘천 방향)∼2번군도(도장리 명달리 방향)∼스타카페 오픈하우스/200m(양수리로부터 21㎞거리)∼37번국도/좌회전∼청평검문소/좌회전∼현리/아래 위 삼거리에서 직진∼서파사거리(37번/47번국도 교차)∼우회전/47번국도(이동 일동 방향), 직진/56번 지방도(포천읍 방향) ▽웨스턴밸리〓서파사거리/직진(56번 지방도)∼사거리 지나자마자 오른편의 ‘명덕천’(입간판) 옆 길(19번군도·비포장)로 우회전/7㎞∼왼편에 ‘웨스턴밸리’ 간판과 진입로 ▽삼광승마장〓웨스턴밸리 입구/좌회전(19번군도·포장)∼37번국도/좌회전∼만세교삼거리/좌회전∼43번국도(포천읍 방향) 진입/1.5㎞ 지점∼길건너에 입간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