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잘 아는 사람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8~9년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같은 착각에 빠졌다.
사람들을 혼돈스럽게 만든 것은 체육관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때문이었다.
"샤크, 샤크, 샤크"
한때 LSU동문 모두가 입을 모아 합창했던 이름. 하지만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간 그 이름이 다시 캠퍼스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잠시 착각에 빠진 것이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실내체육관에선 LSU의 농구팀 '타이거스'가 배출한 북미프로농구(NBA) '최고의 스타' 샤킬 오닐이 대학시절 달던 등번호 33번을 영구결번시키는 행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오닐은 이대학 출신 운동선수 가운데 미식축구의 빌리 캐논, 농구의 밥 페티트, 피트 마라비치에 이어 4번째로 등번호를 은퇴시키는 영광을 안았다.
오랜만에 정든 코트에 선 오닐은 "나는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냈다.하지만 내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은 이곳에서 생활한 1989년 부터 1992년 까지였다" 며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오닐이 자신의 등번호를 은퇴시키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된 계기는 그가 얼마전 못다한 학업을 마쳤기 때문.
3학년을 마치고 프로무대에 뛰어든 오닐은 어머니 루실의 설득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해 지난 15일 졸업장을 받았다.
오닐은 오래전 LSU 체육감독인 조 딘에게 "언제쯤 자신의 등번호를 은퇴시킬 것"이지 질문했고 그로부터 "학사학위를 받자마자"라는 약속을 받아냈다.둘 사이의 약속이 이날 결실을 본 것이다.
예전 오닐을 지도했던 데일 브라운 전 감독은 "그는 이미 오래전에 운동선수로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학업은 학업이고 운동은 운동이다. 학사 학위를 딴 그가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며 애정을 표시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5일 벤쿠버 그리즐리즈와의 경기를 빼먹은 오닐은 토론토 랩토스와의 17일 경기를 위해 환호하는 동문들의 갈채를 뒤로한채 코트를 떠났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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