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이 부재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의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박항서 코치가 20일 한일 친선경기를 앞두고 머리를 싸맸다.
‘일본파’가 18일에나 도쿄 현지에서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훈련하고 온 선수들과 어떻게 조화를 시켜‘베스트 11’을 짜야 할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
특히 ‘위기의 한국 축구’를 놓고 이번 한일전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박코치의 머릿속은 ‘묘수찾기’에 더욱 요동치고 있다.
일단 투톱 걱정은 없다.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돌아온 안정환과 K리그 MVP를 거머쥔데다 최근 일본 진출(제프 유나이티드)까지 성사돼 한껏 주가가 뛴 최용수를 투입한 뒤 컨디션이 좋은 박성배를 교체로 투입시킬 계획이다.
또 플레이메이커에는 체력이 뛰어나고 득점력까지 갖춘 이천수, 양쪽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이영표(왼쪽)와 최성용(빗셀 고베)을 포진시키는 데까지는 쉽게 결정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에 이르러서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동안 최종 수비수로는 홍명보(가시와 레이솔)를 써 왔는데 한국에선 강철을 포진시켜 연습해왔다. 또 이천수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플레이메이킹에 다소 힘이 달릴 수 있어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난 홍명보를 바로 밑으로 올려 ‘보좌’시키면 한층 도움이 될 것으로 일단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홍명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뺄 경우 수비 공백이 염려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경험이 있는 강철도 수비엔 일가견이 있지만 그동안 대표팀 성적을 보면 홍명보가 밑에 있는 게 안정적이었다. 결국 수비에 포인트를 두느나 공격에 역점을 두느냐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GK에는 이운재와 김병지 둘 다 컨디션이 좋은데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김병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일본은 나카야마와 야나기사와를 투톱에 내세워 맞선다는 계획. 플레이메이커는 오노, 양쪽 공격형 미디필더엔 나카무라와 묘진이 나선다. 하지만 일본도 다카하라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데 이어 수비형 미드필더 이나모토마저 17일 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출전하지 못하게 돼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
<도쿄〓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