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한 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20일 열린 한일전을 치른 ‘테리우스’ 안정환(24·페루자).
‘축구의 나라’ 이탈리아 무대를 접한 안정환은 이날 플레이에 한층 여유가 있었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시야가 넓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7월 이탈리아로 간 뒤 6개월여만에 돌아와 한일전을 치른 안정환을 일본 도쿄 현지에서 만났다.
―이탈리아에 진출하기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여유가 생겼다. 선수들의 스피드와 전체적인 경기의 템포가 빠른 것에 익숙해졌는데 한국과 일본은 아직 이탈리아보다 느려 경기하는 데 편했다.”
―전체적인 플레이가 좋아졌다는 평가인데….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었다.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훈련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탈리아 적응에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언어도 있지만 현지의 사고방식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이탈리아는 모든 것이 선수 위주로 움직인다. 선수가 잘하고 못하고는 선수가 모두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감독이 시키는대로만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긴 머리는 언제 깎았나.
“날씨가 습하기 때문에 머리가 무겁다는 느낌이 들어 10월에 깎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오는데….
“훌륭한 감독으로 알고 있다. 한국으로선 일단 한번 맡겼으면 흔들림없이 대표팀을 이끌도록 도와줘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순탄하게 선수들을 지도했으면 좋겠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사실 한국 선수들은 감독과 코치, 그밖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자기가 노력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면 찬사를 받는 것이고 플레이를 잘못했다면 그것 또한 자기 책임이다.”
―유럽 진출을 하려는 선수들에게 해줄 말은….
“돈이나 명예도 중요하지만 일단 큰 무대로 나가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국 축구와 비슷한 수준의 팀으로 가면 얻을 게 없다.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한 수준 높은 팀을 택해야 해외 진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쿄〓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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