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크밸리를 찾았을 때는 봄날이 한창이었다. 큰 강다리를 건너 산 사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양 옆에 도열을 하듯 붉은 진달래 꽃망울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었고 저수지를 감아 클럽하우스가 보이는 자리에 서자 드넓은 연한 초록의 바다가 높은 산자락을 간질이고 있는 세계가 나를 놀라게 했다.
오크밸리에 익숙해질수록 나의 놀라움은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클럽하우스 구석구석에 걸어놓은 그림 한 폭도 그냥 걸어놓은 것이 아니다. 잔디에서 피어오르는 친근한 정과 인간다운 삶의 아름다움을 가슴 속에 환치시키는 장치로서 자리잡고 있다.
어느날 아침 메이플 1번홀에서 티샷을 하려고 서 있었다. 티그라운드의 잔디가 머리를 깎은 듯 가지런했다. 다음 홀도 마찬가지었다.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를 했으면 티그라운드를 푸른 카페트 그대로 유지할수 있었을까.
어느날 공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고 나무들 사이로 날아갔다. 페어웨이 잔디를 가꾸다가 나무숲 그늘에서 쉬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공있는 곳을 가리켰다.
고맙기도 해서 인사를 건네며 “힘드시지요”하자 아주머니는 “내 자식처럼 가꾸고 있는데요”하였다. 나는 골프장중에 이렇게 자식 사랑하듯 일하는 이들이 정성을 다해 구석구석의 잔디를 바르게 돌보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기본의 든든함은 언제나 감동스러운 것이다.
파인코스 그늘집 옆에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흘러 나오는 물을 잠시 가두어 둔 연못이 있는데 안개가 물위를 돌아 내려와 그늘집 베란다에 기웃거릴때가 있다. 달걀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신비함이 잠시 공치기보다 마음 다스리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골프장에 신비함이 있다는 것은 공치는 것을 뛰어넘는 문화적 성숙의 의미가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에 끼어치는 답답함이 없도록 넉넉한 코스설계.
그리고 홀마다 다른 나무들이 울창하게 솟아있어서 한 여름 바람이라도 지나가면 나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를 알수있다.
내가 오크밸리를 좋아하는 것은 이것만은 아니다.
평범하게 생긴 이들이 친절하고 소박한 정중함으로 맞아주는 인사의 즐거움,낙엽 하나 주워도 산속의 높은 나무 끝에 매달렸다 떨어져 온 진실된 멋을 맛볼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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