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태동하기 전 파워풀한 덩크를 꽃던 진정한 '토종 덩커'가 있었다.
우직한 경상도 사나이로, 말이 없고, 스타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진정한 농구인처럼 묵묵히 팀을 위해 플레이를 하던 정재근.
정재근은 연세대 시절 대학농구를 평정했고 상무에서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발휘했다. 신생 구단인 SBS에 입단한 정재근은 프로농구 원년리그에서 용병들과의 골밑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는 파워와 깔끔한 공격력를 앞세워 토종 파워를 선보였다.
정재근은 프로농구 원년리그에서 정규시즌 평균 21득점, 6리바운드의 활약을 선보이며, 농익은 저승사자의 위용을 과시하며 용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때가 기술과 체력면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정재근 최고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내리막길이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까마득한 후배인 김성철등에게 밀려 급기야 벤치멤버로 전락하고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시즌 팀을 SBS에서 현대로 옮겼다.
"자존심을 회복하겠노라"고 이를 악문 정재근은 서서히 예전의 위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1라운드에 하위권으로 쳐져 위태위태하던 현대는 그의 부활로 3라운드에 접어들어 "저승사자 특수"를 누리고 있다.
21일 경기에서도 정재근은 프로농구의 '높이 나는 새' LG 세이커스의 6연승을 저지하며 기아와 공동 3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주도하는데 톡톡히 한 몫 했다.
정재근은 지난 삼보전에서는 21득점, 3리바운드, 그리고 이날 LG전에서는 31득점, 7리바운드, 5도움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요즘 펼치는 정재근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프로농구 원년시절의 정재근선수를 다시 보는 듯 하다.
특히, 현대의 특유의 속공과 수비력이 되살아 난데에는 정재근선수의 활약이 크다. 요즘 수비에서는 용병센터 없는 현대 골밑을 지키는 센터로, 공격에서는 발빠르게 속공을 이어받는 득점 전령사로 나선 것.
옅은 수염사이로 정재근선수가 미소를 짓는걸 보니 현대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만 같은 좋은 느낌이다.
김희경/동아닷컴 객원기자 wkbl@wkb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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