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하나은행은 28일 인천시립체육관에서 열린 SK엔크린배 2000핸드볼큰잔치 남자부 결승 2차전에서 박민철(8골)과 황보성일(6골·3어시스트)의 활약으로 두산그린을 25―24로 힘겹게 꺾고 전날 1차전에 이어 2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창단한 충청하나은행은 이번 대회 10전 무패의 빛나는 전적으로 역대 창단팀 중 최단 기간에 핸드볼 큰잔치를 석권한 팀이 됐다.
여자부 결승에서는 대구시청이 김은경(8골) 김현옥(7골)의 콤비 플레이에 힘입어 광주시청을 28―21로 이겨 역시 2연승으로 97년 이후 3년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이번 대회 남녀부 최우수선수(MVP)에는 황보성일(충청하나은행)과 김현옥(대구시청)이 선정됐고 신인왕에는 박찬영과 문필희(이상 한국체대)가 뽑혔다.
충청하나은행은 경기 시작 4분20초만에 주포 박경수가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을 11―14로 마친 충청하나은행은 후반 초 두산그린 2명이 퇴장당하는 틈을 타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2분29초부터 박민철이 6분여동안 4골을 몰아넣고 강력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차단, 17―15로 역전시킨 것. 승기를 잡은 충청하나은행은 이후 수비를 강화하고 황보성일과 박민철이 골을 낚아 내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대학 졸업생이 주축이 된 두산그린은 젊은 혈기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충청하나은행의 노련한 플레이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충청하나은행의 정상 등극은 ‘자율 훈련’의 성과. 다른 어떤 종목보다 조직력이 관건인 핸드볼은 ‘스파르타식’ 팀 운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태훈 감독은 즐겁게 훈련해야 효율적이라며 자유스러운 팀 분위기를 유도, 선수들의 색깔을 살려주는 지도 방식을 택했다. 훈련 때마다 자기의 특기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줬다. 바로 이같은 팀 분위기는 게임에서 그대로 나타났고 결국 정상 정복으로 이어졌다.
▼남자 MVP 황보성일▼
충청하나은행의 큰잔치 우승을 이끈 황보성일(25)도 ‘오빠부대’가 있다. 팀 후배 최현호처럼 수백명씩은 아니지만 매 경기 그의 현란한 플레이를 보러오는 여학생 팬이 의외로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빠른 몸놀림으로 동료들에게 슛찬스를 만들어주고 찬스가 오면 정확하게 볼을 꽂아 넣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4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도움왕에도 올랐다.
황보성일은 “어깨 부상으로 올림픽에 못나가 실망이 컸었는데 이번에 MVP로 보상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여자 MVP 김현옥▼
대구시청의 실업 8년차 김현옥(26)은 ‘핸드볼에 죽고 사는 여자’.
93년 경주여고를 졸업한 뒤 실업 무대에 데뷔한 김현옥은 선천성 빈혈 증세로 체력이 달려 팀에서 방출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핸드볼을 해 온 김현옥은 “코트에서 죽겠다”며 이재영 감독에게 매달렸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훈련에 매진한 끝에 97년 태극 마크를 달았면서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집념의 승부사. 이번 대회에서도 그녀는 발군의 득점력을 발휘, 팀의 정상 정복을 이끌었다.
<인천〓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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