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상무 “삼성화재 꼼짝 마”…3대2 격파

  • 입력 2001년 1월 2일 23시 26분


‘불사조’ 상무가 슈퍼리그 코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삼성화재가 상무와의 경기를 벌이기 직전 삼성화재의 한 직원은 “김기중과 권순찬이 설마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펄펄 날지는 않겠지”라고 말했다. 이에 배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TV중계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라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삼성화재에서 뛰다 지난해 상무에 입대한 김기중과 권순찬은 이날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01삼성화재 슈퍼리그에서 상무의 공수를 진두지휘하며 ‘무적함대’ 삼성화재를 3―2로 격파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권순찬과 김기중은 이날 고비마다 ‘영양가 만점’의 강연타를 터뜨리며 각각 14득점과 12득점을 올렸다. 특히 권순찬은 서브리시브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팀 리베로 이호를 앞서며 상무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9개의 서브리시브 중 20개를 정확히 세터의 머리위로 올린 권순찬은 서브리시브 수에서 이호보다 3개를 더 많이 했으며 정확도에서도 68.97%로 65.38%의 이호를 능가했다. 권순찬의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상무는 이날 국내팀 중 수비가 안정돼 범실이 가장 적다고 인정받는 삼성화재에 비해 7개가 적은 18개의 범실만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상무는 슈퍼리그 삼성화재전 8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상무의 파란은 첫세트부터 예고됐다. 초반부터 삼성화재와 1점씩을 주고받으며 19차례의 동점을 거듭하던 상무는 김종민의 백어택과 상대 실책을 묶어 21―19로 2점차 리드를 잡은 뒤 박종호가 장병철의 라이트 공격을 블로킹으로 떨어뜨리며 마지막 25점을 올려 기선을 제압했다.

상무는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마지막 5세트에서도 8차례의 듀스접전을 벌이며 끈질기게 삼성화재를 물고늘어진 끝에 상대 실책에 이은 박종호의 중앙속공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대어사냥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삼성화재는 이날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상우가 2세트 초반부터 투입돼 블로킹 6득점과 중앙공격 7득점을 올리며 그나마 센터진의 활기를 되찾아준 데 만족해야 했다.

<이현두·주성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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