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허수아비감독 못 견뎠을거야"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56분


“견디기 아주 힘들었을 겁니다.”

삼보 최종규 감독의 전격 사퇴 소식을 접한 한 농구인은 진작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감독 자신도 1일 새해 첫 경기에서 패한 뒤 이미 “감독은 언제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만둘 수 있어야 하는 위치”라며 사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최감독이 밝힌 사퇴 이유는 용병 센터를 잘못 뽑아 전력 보강에 실패한데다 주전 부상까지 겹쳐 성적이 곤두박질친 데 따른 책임. “이렇게 져보기는 처음”이라는 최감독의 말대로 현역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에게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이 농구계 중론. 특정 고교 인맥이 유달리 강하게 작용하는 팀내 분위기가 최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주위의 얘기다.

당초 삼보는 99년 4월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면서 코치부터 먼저 결정해놓고 ‘이에 맞는’ 인물로 최감독을 낙점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이에 따라 명색이 감독인데도 전권을 휘두를 수 없었고 작전 구사나 선수단 장악 등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 특히 팀의 간판 선수와 갈등을 빚으며 선수가 태업을 해도 속수무책이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살다보면 어려울 때가 있다. 어느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프로정신이 필요하다.” ‘내우외환’에 시달린 최감독은 결국 ‘무언의 압력’ 속에서 ‘고독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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