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도시 경남 고성. 1년 내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 ‘따뜻한 남쪽’ 지방이다. 하지만 5일 이곳에도 강추위가 몰아쳤다.
그러나 ‘한국마라톤의 새별’ 정남균(22·삼성전자)은 달리고 있었다. 3월18일 열리는 2001동아서울국제마라톤 2연패를 위해 팀선배 이봉주 손문규 등과 함께 몸만들기에 나선 것.
정남균은 지난해 광화문을 출발해 서울 잠실주경기장에 이르는 코스에서 열린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아벨 안톤(스페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서며 일약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정남균은 9일까지 고성에서 ‘워밍업’을 마친 뒤 12일부터 2월18일까지 5주일 동안 해발 1700m 고지인 미국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로 날아가 ‘고지대훈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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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균은 지난해 동아마라톤 우승으로 주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지만 팀선배 이봉주와 같은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 새해 첫 목표로 정한 것이 동아마라톤 2연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의 마라톤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해 월드무대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
대학과 실업의 차이는 컸다. 올 2월 한국체대를 졸업할 정남균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에 입단한 뒤 그해 12월 선배들과 함께 잠깐 훈련을 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대학 때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는데 실업은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살벌한 생존경쟁’을 직접 체득했다. 조금만 자만하고 느슨해지면 금세 처졌다. ‘프로의 세계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라고 절로 느끼고 몸서리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 오인환 감독도 “너는 이제 걸음마 단계야. 마음 똑바로 먹고 열심히 해”하며 매일 다그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마라톤에 인생을 건 이상 ‘뛰면서 죽겠다’는 각오가 새록새록 들어 오히려 승부욕을 자극했다.
정남균은 “앨버커키 훈련을 충분하게 소화하고 돌아온 뒤 꼭 다시 동아마라톤을 석권해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2시간11분29초로 동아마라톤 정상에 오른 정남균은 풀코스에 단 3번밖에 안뛴 가능성이 무한한 ‘마라톤 유망주’. 시드니올림픽에서 2시간22분23초로 45위에 머물렀지만 1m78, 60㎏으로 마라톤에 적합한 체격을 가지고 있어 달리는 폼을 부드럽게 바꾸고 지구력만 보강시키면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