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눈 때문에 선수가 못와"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35분


“개막식이고 뭐고 잠부터 자야겠어요.”

2001삼성코리아오픈 국제배드민턴대회 개막식이 열린 제주 한라체육관. 요란한 팡파르 속에 진행된 각국 선수단 입장 행사 때 정작 주인공인 선수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피켓걸만 등장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중국 및 동남아 선수들이 대부분 호텔에서 두문불출한 채 단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단식 세계 1위 지싱펭을 비롯한 10명의 중국 선수들은 7일 제주에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이틀 만인 8일 밤에야 제주에 도착했다. 서울에 내린 폭설로 비행기가 결항되는 바람에 7일 베이징 공항에서 10시간이나 기다리다 결국 하룻밤을 샜고 8일에도 오후 2시경 서울에 도착했으나 다시 공항 대합실에서 7시간이나 기다려 간신히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회 심판장인 말레이시아의 프란시스 쇼는 홍콩 선수단과 함께 7일 입국하기로 했으나 항공기가 서울에 착륙하지 못하고 일본 오사카로 회항, 하룻밤을 새고 8일에야 겨우 제주에 도착했다.

공항 대합실에서 녹초가 된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 결국 대회를 주최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8일 오후 늦게 담당관 대책회의를 열어 경기 시작을 하루 늦추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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