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팀을 맡아 이번 대회에선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했다는 이감독은 “아, 이럴 수도 있군요. 열심히만 하면 기적도 이뤄지네요. 지는 데 익숙했던 선수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감독의 말처럼 현대 오일뱅커스의 우승은 믿어지기 힘든 ‘기적’이었다. 97년 팀 창단 후 현대의 아이스하키 한국리그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처음이었고 게다가 상대는 정규리그 무패(10승2무)를 기록한 국내최강 한라 위니아. 현대는 챔피언결정전 전까지 3년간 한라에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패기가 노련미를 이겼다. 평균연령 25세인 현대가 평균연령 29세인 한라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젊음. 현대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체력을 내세워 한라를 괴롭혔다. 엄지발가락뼈에 금이 간 박환규, 치아 세 개가 부러진 이승재 등 주전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했어도 젊음 하나만을 믿고 열심히 링크를 누볐다.
현대는 14일 안양실내링크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선취골을 내준 뒤 불같은 투지로 4―2 역전승을 이끌어내 종합전적 3승1패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2연승 뒤 전날 일격을 당했던 현대는 이날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2피리어드 1분11초에 한라 이호정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그러나 현대는 2분24초에 백승훈의 골로 균형을 잡았고 17분15초에 ‘해결사’ 서광석이 문전 혼전중 골을 터뜨려 승부를 뒤집었다.
상승세를 탄 현대는 3피리어드 초반 체력이 떨어진 상대를 몰아붙여 3분34초 윤국일이 쐐기골을 뽑아낸 데 이어 백민환이 종료 1분여를 남기고 추가득점,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라는 3피리어드 10분18초 이호정이 추격골을 성공시켰으나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안양〓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