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4·4·2 수비핵은 홍명보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39분


히딩크 감독
히딩크 감독
홍명보(32·가시와 레이솔)와 네덜란드의 프랑크 데보어(31·스페인 바르셀로나).

둘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홍명보가 풍부한 경험과 넓은 시야로 10년 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해 왔다면 데보어는 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수비진 가운데 유일하게 월드컵 출전 경험을 가진 선수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팀 수비라인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가깝게 느껴지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이들은 거스 히딩크감독이 구상하는 수비전술의 핵. ‘히딩크 수비’의 중추로 과거 네덜란드대표팀에 데보어가 있었다면 지금 한국대표팀에는 홍명보가 있다는 점이다.

24일 개막하는 칼스버그컵대회 출전을 앞두고 현재 울산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히딩크감독은 알려진 대로 공격축구의 대명사.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1회전 때 한국에 숨돌릴 틈도 주지 않는 공격 플레이로 5골을 몰아넣은 것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는 역습을 당하기 십상. 그런 면에서 데보어가 주축이 돼 당시 한국에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던 네덜란드 수비라인은 공격진 이상으로 국내 축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히딩크 4·4·2 수비핵 홍명보. 일서 경험 쉽게 소화기대.리베로 역활까지 주문. 전체공격 조율도 맡길듯

매번 수비불안에 홍역을 치러온 한국축구가 히딩크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히딩크감독은 현재 전통의 한국 수비 전술에 일대 메스를 가하고 있다. 뒤로 처진 스위퍼가 중심이 돼 맨투맨 마크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4명을 나란히 세워 지역방어와 대인방어를 적절히 혼용한 공간 수비를 도입한 ‘플랫 포백 시스템’이 그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붙박이 스위퍼 홍명보의 역할. 새 시스템에서는 스위퍼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홍명보를 바라보는 히딩크감독의 눈엔 신뢰감이 가득하다. 이미 4―4―2 전형이 일반화된 일본 프로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홍명보만큼 감독의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

오히려 그에게는 중거리 슛의 명수 데보어처럼 적극적인 리베로의 역할마저 주어질 전망이다. 새 시스템에서는 적극적인 의미의 플레이메이커가 없기 때문에 홍명보가 수시로 미드필드로 전진, 팀 공격을 조율하게 되는 것.

히딩크감독 지휘봉 아래 한국의 수비 대들보 홍명보가 데보어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수비수로 거듭날지 기대되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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