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산속의 영어공부

  • 입력 2001년 1월 18일 10시 42분


서울 신촌 연세대 캠퍼스 중 봉원사 쪽으로 인적이 드문 ‘진짜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연세대 농구부 숙소.

매주 화, 금요일 저녁이면 주위에 가로등 하나 없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빈 주막 같은 이곳에서 구령처럼 우렁찬 영어가 울려 퍼진다.

‘웨어 캔 아이 워시 마이 핸즈?(화장실이 어디지요?)’

김동우(1m98) 박광재(1m98)는 물론 예비 대학생 방성윤(1m98) 등 십수명의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펴놓고 열심히 공부중이다. 바로 연세대 농구부 영어특강시간.

물론 대학 커리큘럼에 있는 정식강의는 아니다.

연세대 의대교수이자 농구부장인 설준희박사가 앞장서 만든 일종의 ‘과외’.

설박사는 지난해 11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대학협의회(NCAA) 2부 리그에 참가했을 때 선수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을 들었다.

설박사는 그날로 선수들을 소집, 매주 이틀간 1시간씩 영어회화 무료 강의에 나섰다. 처음엔 입도 열지 못하고 쑥스럽게 웃기만 하던 선수들은 강의가 한달반 이상 계속된 지금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영어로 재잘거리기도 한다.

이들이 프로에 진출한다면 외국인선수와 쉽게 단짝이 될 것 같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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