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19)가 3년반 만에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준준결승에 올랐다.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4회전. 8번 시드의 쿠르니코바는 독일의 바바라 리트너를 1시간4분 만에 2―0(6―3, 6―1)으로 가볍게 눌렀다.
이로써 쿠르니코바는 16세의 어린 나이로 4강까지 올랐던 97년 윔블던 이후 다시 메이저대회 8강 무대를 밟았다. 섹시한 외모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것과 달리 단식 무관에 그쳐 주위로부터 ‘반쪽짜리’라는 비난까지 들었던 쿠르니코바는 이번 대회에서도 명예회복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 지난해 우승자인 강호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와 4강행을 다투기 때문이다. 데이븐포트는 이날 16강전에서 15번 시드인 벨기에의 킴 클리스터를 2―0(6―4, 6―0)으로 완파했다. 이날 클리스터는 애인인 호주 테니스의 차세대 주자 레이튼 휴위트의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35개의 에러로 자멸했다.
데이븐포트는 쿠르니코바와의 역대전적에서 5승3패로 앞서 있으나 최근 맞붙었던 지난해 샌디에이고 대회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었다.
남자단식에서는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안드레 아가시(미국)가 홈팬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호주 국적을 취득한 앤드루 일리에게 3―1(6―7, 6―3, 6―0,6―3)로 역전승, 타이틀 방어를 향해 순항했다. 경기에서 승리하고 나면 입고 있던 셔츠를 갈기갈기 찢는 등 특이한 쇼맨십으로 시선을 끄는 일리는 아가시(27개)보다 2배가 넘는 63개의 에러로 무너졌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