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슈퍼볼 MVP 레이 루이스(26·사진)는 1년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내 인생 역정의 스토리를 책으로 엮는다면 읽어보고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의 1년전 모습과 지금 모습은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마이애미대학 3학년을 마친뒤 96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이맘때 제34회 슈퍼볼이 끝난뒤 뒷풀이 파티장 근처에서 20대남자 2명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평소 술 한방울도 입에 안대며 자선단체에도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모범생’인 그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목격자가 “루이스가 두 명의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웠다”고 한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져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루이스는 재판진행 도중 검사와의 협상 끝에 2명의 다른 혐의자와 관련된 증언을 한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나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최고의 태클러로 명성을 떨친 루이스는 ‘물만난 고기 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1m85, 111㎏의 탄탄한 체격에 재빠른 스피드까지 갖춘 그를 피해가는 공격수는 드물었다. 정규리그에서 184개의 태클을 성공, 그가 이끄는 수비팀은 한시즌 동안 역대 최소인 단 165점만을 실점했다.
아직 살인사건과 관련된 소송이 끝나진 않았지만 루이스는 슈퍼볼 MVP를 거머쥐며 1년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살인용의자’란 오명은 조금이나마 씻게됐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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