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CF에서 창공을 향해 솟구친 패러글라이더가 지상에 있는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의 한 대목이다.
4일 강원 횡성 현대성우리조트. 아래로 수 갈래 하얀 눈밭이 펼쳐진 해발 896m 슬로프 정상에 김영순씨(34)가 ‘완전 군장’을 한 채 우뚝 섰다.
캐노피(기체)에 연결된 라이저(줄)를 움켜쥔 그의 작은 손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슬로프 옆으로 늘어선 스키어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지켜보는 가운데 이윽고 김씨가 하얀 눈밭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잔잔한 북서풍에 잔뜩 양력(揚力)을 받은 캐노피가 활짝 펴지는 순간 김씨의 몸은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자유’. 김씨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고 몸이 높이 날아오르면서 발 아래 세상이 작아져 갔다. 그러나 해방감도 잠시. 체공시간이 끝나가면서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착륙할때 만의 하나 실수라도 하면….
“하늘을 나는건 누구나의 꿈이잖아요. 얼굴에 부딪혀 오는 바람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죠. 긴장감도 더 할 나위 없는 삶의 활력소예요. 새 피가 솟구치면서 삶의 의욕도 샘솟죠.”
10여분의 비행을 마치고 설원에 사뿐히 내려앉은 그는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녀도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에서는 매일 보험 서류와 씨름하는 전문직 여성. 현대해상화재보험 진선미 대리점(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표가 명함에 새겨진 그의 직책이다.
김씨가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접한 것은 96년 새해 첫 날 ‘날으는 독수리 모임’이란 ‘비취회(飛鷲會)’에 가입하면서. 선배의 권유가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의 꿈인 하늘을 날고 싶었다.
그리고는 비행에 ‘중독’돼 갔다. 주말마다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떠나지 않으면 한 주가 찌뿌드드했다.‘주중엔 일,주말엔 비행’으로 바쁘다보니 결혼도 잊었다.
“여성들은 결혼하면 주변의 만류가 심해 더 이상 비행을 못하죠. 위험하다는 거예요. 사실 위험할수도 있어요. 그러나 규칙을 정확히 지키고 과욕을 안부리면 절대 사고 안나요. 자신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거죠.”
김씨는 외쳤다. “세상의 여자들이여, 한번쯤 떨쳐일어나 함께 자유를 맛보자”고.
<횡성〓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패러글라이딩 배우려면…
국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은 1만5000여명. 250개 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초보자는 4∼6회 정도의 지상교육을 받으면 첫 비행이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울 수 있는 단체는 스쿨과 클럽이 있다. 스쿨은 유료교육을 실시하는 단체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교육비는 조건에 따라 20만원∼30만원 정도. 클럽은 동호인 단체로 스쿨보다는 비용 부담이 적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 할 수도 있어 공인된 강사가 있는지 여부와 교육장비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패러글라이딩 장비중 기체는 교육용, 초급자용, 중급자용, 고급자용이 있다. 기본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초급자용을 구입하게 되는데 가격은 150만원 내외.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이나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에는 빠르면 6개월만에 중급자용 기체를 탈 수 있기 때문에 구입시기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한패러글라이딩연합회(031―708―9940)에 문의하거나 연합회 인터넷 홈페이지(www.kpga.or.kr)를 참조하면 된다.
<곽재영 비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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