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수비수들 근성 길러라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43분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과 김호 수원 삼성 감독. 60, 70년대 두 선배의 명성은 대단했다.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명콤비를 이뤘던 두 사람은 후배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비록 당시 여건이 좋지 않아 월드컵 등 큰 국제대회에 출전할 기회는 없었지만 아시아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떨쳤다. 체격과 힘이 좋았던 김호감독은 웬만한 공격수는 옴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대인마크가 뛰어났고 감각과 스피드가 뛰어났던 김정남감독은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난달 11일부터 직접 지휘봉을 잡고 축구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거스 히딩크감독. 히딩크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특징있는 수비수가 없다는데 있는 것 같다. 히딩크감독이 추구하는 ‘4―4―2 진용’의 요체는 ‘포백 시스템’에 있다.

4명의 수비수가 일자로 포진해 상대 공격을 봉쇄하고 틈이 나면 바로 양 측면 공격을 통해 기습을 가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수비수들의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공격수와의 맞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과 공중볼을 제압할 수 있는 헤딩력, 기회가 났을 때 바로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스피드와 공격력이 필수다.

지난달 열린 칼스버그컵대회 노르웨이와 파라과이전에서 ‘4―4―2 진용’에 기반을 둔 ‘포백 시스템’을 실전 가동한 뒤 히딩크감독이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은 바로 수비수들의 능력 부족. 히딩크감독이 내게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비진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히딩크감독은 능력 보다는 수비수들의 근성 부족을 지적했다. 상대 공격수와의 몸싸움에서 쉽게 나뒹군다든지 상대에게 어이없게 골을 빼앗기는 장면에서는 화가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능력은 순식간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능력만이라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게 바로 의욕과 근성이다. 김정남감독은 “현역 때는 공격수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악착같이 따라붙어 아예 공 잡을 생각을 못하게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계속 갈고 닦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유럽이나 남미선수들이 갖지 못한 한국축구 고유의 근성과 투지라는 부분을 우리 대표선수들이 살려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축구대표팀 기술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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