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나이츠의 신인 포인트 가드 임재현(24·1m83). 가냘픈 귀공자 풍의 외모만큼이나 여린 성격을 가졌다. 시도 때도 없이 신체접촉이 일어나고 거친 파울과 몸싸움이 다반사인 코트에서 너무 얌전한 농구를 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오죽하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예쁘다는 얘기까지 돌았을까.
‘코트의 샌님’으로 불린 임재현이 확 달라졌다. 수비에서는 단 1점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악착같이 달라붙어 상대 선수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루스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몸을 날렸고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과 달리 고비에서 결정적인 3점슛으로 승부를 갈랐으며 넓은 시야를 앞세운 게임 리딩 능력도 나아졌다. 루키답지 않게 안방 살림을 도맡아하며 팀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
“처음에는 도망이라도 쳐 숨고 싶었어요.” 시즌 초반 임재현은 지나친 부담감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군입대한 황성인의 빈자리를 메우며 지난 시즌 우승팀 SK의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대범하지 못한 성격 탓에 제 기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되찾았고 코칭스태프의 요구대로 과감한 플레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SK 박건연 코치는 “패스워크와 드리블, 슈팅 능력을 겸비한 임재현이 구태를 벗고 대담성까지 새롭게 갖춰 팀을 제대로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8일 현재 평균 11.9득점, 5.1어시스트, 3.2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임재현이 자리를 잡자 SK는 초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 3위를 유지하며 4강 플레이오프 직행도 넘보고 있다.
농구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승멤버가 건재하고 새롭게 가세한 임재현까지 활약을 보이면서 SK의 2연패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임재현은 “신인왕 욕심은 완전히 버렸고 다른 동료가 타더라도 기꺼이 축하해주겠다”며 “달라진 모습으로 팀이 2년 연속 우승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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