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시간 뒤 상대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할 삼성생명 유수종 감독과 한빛은행 박명수 감독은 다정히 앉아 한잔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전쟁을 코앞에 둔 적장’과 같은 입장의 두 감독이라 평소 같으면 경기전 전화를 주고받는 일조차 없지만 이날은 사정이 달랐다.
12일 빙모상을 당한 유감독의 상가를 박감독이 조문한 것. 아무리 승부의 세계가 냉혹하다 해도 지난해 유감독이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3년간 같은 팀 감독과 코치의 정은 끈끈했다. 1분 1초가 소중한 경기 전날 박감독은 인천에 있는 상가로 조문하기 위해 무려 5시간이나 투자한 것.
그러나 14일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 감독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의 수를 읽는데 정신이 없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앞다퉈 거센 항의를 했다. 경기내용에서도 조금도 양보가 없었다. 1쿼터에서 한빛이 골밑 우세로 앞서나가면 2쿼터에선 삼성이 외곽공격으로 곧바로 따라잡았다. 이날 4개 쿼터에서 양 팀은 나란히 2개 쿼터씩 우세했다.
정은 정이고 승부는 승부였던 것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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