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응원인지 훼방인지…

  • 입력 2001년 2월 16일 19시 02분


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을 때 낭패 보지 않으려면 지켜야 할 수칙 하나.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놓고 손에 꼭 쥐고 있거나 바지 뒷주머니 등 진동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에 넣어둔다.

왜? 경기 내내 귀청이 찢어져라 울려퍼지는 음악과 응원소리에 전화 벨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 구단들의 응원경쟁이 치열해지자 KBL은 경기장에 동원할 수 있는 큰북의 수와 지름까지 규정해 제한하고 있다.

다양한 응원을 펼치는 이유는 홈팀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관중의 흥을 돋우기 위한 것. 그러나 때에 따라선 이러한 응원이 정반대로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발생한 해프닝 하나.

A팀의 홈경기 때 A팀 응원단은 자기 팀이 공격을 펼칠 때마다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열렬하게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응원곡이 문제였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어느 종목보다 손끝의 감각이 중요한 농구경기에서 ‘손이 꽁꽁꽁…’이란 노래가 계속되자 코트에 선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 앉아 공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열심히 손을 풀던 선수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관중도 선수들의 힘을 빼는 경우가 있다. 홈팀 선수가 자유투를 쏘려고 림을 노려보는 순간 일명 ‘지렁이풍선’이라고 불리는 막대풍선을 마구 흔들어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 심한 경우엔 좋아하는 선수라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림을 빗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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