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수련〓전차장이 탁구를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때인 79년. 당시 학교에는 탁구 동아리가 없었는데, 전차장은 ‘그냥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서’ 마음맞는 친구들과 새로 탁구 동아리를 만들었다. 실력이래야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넘기는 수준. 따로 레슨을 받을만한 지도자도 없었고, 경황도 없었다. 거울을 보고 서브 연습을 하고 책을 보면서 자세를 익히는 수 밖에. 운동 신경이 있었는지 실력은 금방 늘었다. 대학 시절 내내 탁구와 함께 살았다. 그렇지만 역시 혼자서 배우는 탁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공을 키우며〓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육상연맹에 입사했다.업무에 바빠 잠시 탁구를 잊었다.그러다 89년 결혼한 뒤 우연히 동네 탁구장에 들렀다가 실력이 비슷한 탁구 동호회 회원을 발견하면서 다시 탁구에 빠지게 됐다. 매일 저녁 1―2시간씩 탁구장에 들러 동료 회원들과 ‘무공’을 견주기를 5년. 아내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는지 “탁구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고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일주일에 1―2번으로 탁구장행을 자제했다.
▽마침내 강호로〓전차장은 97년 서울 강남구 생활체육 탁구대회에 출전해 복식 우승, 단식 3위의 혁혁한 성적을 올렸다. 전국 대회 입상자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하지만 독학으로 익힌 ‘비기’로 쟁쟁한 동호인들을 차례로 꺾었으니 대단한 성과인 것은 사실. 전차장의 스타일은 펜홀더 전진 속공형. ‘일합’을 겨뤄본 사람들은 전차장이 육상연맹에 근무한다고 하면 “육상 선수 출신이라 역시 몸이 빠르다”며 다소 엉뚱한 칭찬을 한다. 전차장의 전공은 체육과는 관계없는 영문학.
▽탁구찾아 삼만리〓전차장은 대회 출전보다는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지방 출장을 갈 때면 어김없이 탁구 라켓을 들고 가는 것도 이 때문. 지방 탁구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탁구를 치다보면 실력을 알아본 사람들이 곧 바로 수소문해 지방의 ‘고수’들을 소개해준다. 이런 순회 대결도 쏠쏠한 재미. 전차장은 “탁구는 관절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탁구를 예찬한다. 아무래도 ‘노 검객’ 소리를 들을 때까지 라켓을 놓지 않을 것 같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동호인 200만명…전국대회 1년에 5~6번
정기적으로 탁구를 하는 ‘생활 체육’ 탁구 동호인은 국내에 약 200만명. 이런 아마추어 탁구 선수들도 각종 대회를 통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는다. 기량의 우열을 가늠한다기 보다는 동호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대회다. 하지만 출전자들의 실력 만큼은 만만치 않다.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02―425―4403)’는 전국 규모의 동호인 탁구 대회를 관장한다. 산하 각 시도 탁구연합회에서도 지역 대회를 주최한다. 대회는 보통 참가자들의 실력에 따라 1, 2, 3부로 나뉘어 치러진다. 1부는 대회 입상 경력자들이 주로 출전하고, 2부는 3년 이상 출전 경험이 있는 동호인들이 겨루는 대회다. 초보자들은 3부 대회에 출전한다.
전국 규모의 대회는 1년에 5―6차례. 입상자들은 일본, 중국의 동호인들과 ‘교류전’의 기회도 갖는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