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박항서 코치 인터뷰

  • 입력 2001년 2월 26일 21시 40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거스 히딩크 감독(55) 체제로 출범한지 두달이 흘렀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히딩크 호’는 그간 홍콩 칼스버그컵 출전, 오만 전지훈련, 두바이 4개국 대회 출전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선수들에게 다소 생소 할 수도 있는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하며 팀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42)코치를 만나 히딩크 감독과 달라진 한국대표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히딩크 감독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철저하게 훈련 계획·전술에 관한 구상을 하고 참모들과의 대화도 대표팀 운영 등 축구에 관한 조언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다. 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뛰어나지만 선수들을 억압하는 면은 전혀없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도전정신’이다.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자신이 시킨 훈련을 이해 못한 선수들 가운데 단 한명도 ‘왜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하는가’ 라고 질문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히딩크 감독의 코칭스타일에 특징이 있다면.

“생각하는 축구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선수가 잘못된 플레이를 했을 경우 감독이 먼저 나서서 지적하지 않는다. 그 선수가 잘못된 부분을 깨달았을때 까지 내버려 둔 다음 대처방안을 알려준다.(대부분의 국내지도자들은 잘못만 지적하고 왜 잘못됐는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상황을 가정해서 훈련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경기종료 2분전 1-0으로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경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선수들 스스로가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펼치도록 만드는 식이다.”

▶히딩크 감독이 특정선수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전혀 근거없는 얘기일 것이다.경기를 자주 출전하는 선수나 벤치멤버나 다 똑같이 대해준다. 다만 도전적인 선수를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다.”

▶대표 선수들의 훈련태도는 어떤가.

“외국인 감독이기 때문에 학맥·인맥 등과 무관하고 실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훈련에 더 적극적인 선수도 있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훈련태도가 불성실하다는 비판을 자주 받던 모선수는 이제껏 왜 그런 훈련을 해야하는지 몰라서 안했다며 동기가 부여된 지금 열심히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감독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아주 좋다.훈련시간이 재미있으니까 5주 가까운 외국생활 동안 지겹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샤샤선수가 국가대표를 위해 귀화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당연히 대표선수 후보라고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에게 당연히 추천할 생각이다. 하지만 얼마전 모신문에 보도된 것 처럼 대표선수를 시켜주면 기화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분위기는 좋았다고는 하지만 처음 손발을 맞춘 외국인 감독과 생활하느라 팽팽한 긴장의 끈을 하시도 놓을 수 없었다는 박코치는 한국 도착 후 이틀 동안 잠만 잤다고 했다.

박코치는 조금 여유가 생긴 틈을 타 요즘 영어공부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박코치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몇가지를 던졌다.)

▶히딩크 감독은 연봉 100만달러가 넘는다.국가대표 전담코치의 보수는 어느정도인가.

“국내 코치 최고수준정도다. 돈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만족한다.”

▶네덜란드에 있는 히딩크 감독과 연락은 자주 하나.

“가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며칠전 메일을 받았는데 무릎수술을 받은 히딩크 감독 대신 핌코치가 벨기에로 날아가 설기현의 경기를 보고 왔다고 한다. 곧 히딩크 감독과 핌 코치가 이동국의 경기를 보러 독일에 갈 계획이라고 한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로 가면서 특별히 부여한 임무는.

특별한 것은 없다. 늘 하던 것 처럼 국내선수들 현황 파악해서 히딩크 감독이 귀국하면 보고하는 것이다.

▶같은 지도자 입장에서 배운점이 있다면.

“훈련을 할때 코칭포인트를 명확하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동료선수와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전술적인 훈련은 선수개개인의 역할 숙지가 끝난 다음 돌입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는데.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 처럼 (히딩크 감독이)꼭 영어를 배우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다만 좀더 적극적으로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은 했다. 마침 요즘 득별히 바쁜일도 없고 또 개인적으로도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4일씩 개인강습을 받고 있다.

한필환·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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