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삼성화재엔 세터가 4명?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2분


김세진-신선호
김세진-신선호
지난달 24일 벌어진 2001삼성화재 배구 슈퍼리그 최종결승 1차전 작전타임 중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패스를 좀 더 정확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아마 대부분의 팬은 신감독의 이 말을 의아하게 여겼을지 모른다. 축구나 농구 등에서야 정확한 패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배구는 패스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

하지만 배구도 정확한 패스가 승패를 좌우한다. 서브 리시브를 세터에게 보내는 것이나 세터가 공격수에게 토스하는 것 모두가 패스이기 때문. 즉 서브와 스파이크를 빼고는 모두 패스로 이뤄지는 것이 배구다. ‘어느 팀이 조직력이 좋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패스가 정확하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최강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삼성화재. 그만큼 삼성화재의 패스워크는 정확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러한 패스워크를 갖출 수 있었을까.

엄청난 훈련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월드스타’ 김세진과 센터 신선호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김세진은 중1때까지 세터로 활약하다 갑자기 키가 부쩍 크며 라이트 공격수로 변신했고 신선호도 성균관대 2학년 때까지 장신 세터로 각광을 받다가 2년 전 삼성화재에 입단하면서 센터로 변신했다. 따라서 경기 때마다 주전세터 최태웅과 방지섭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볼의 토스는 이들 몫. 삼성화재가 상대팀의 강타를 받아서 넘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를 공격수의 강타로 반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이 주전세터 못지 않은 토스를 공격수들에게 올릴 수 있기 때문.

반대로 현대자동차는 ‘월드 리베로’ 이호의 군입대로 인한 공백이 전체적인 패스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호가 상대의 공격을 일단 받아내면 기본기가 뛰어난 강성형이 정확한 토스로 이어 나갔지만 이번 대회는 강성형이 리베로로 나서며 상대의 강타를 일차적으로 받아내야만 하기 때문에 세터 이외에는 토스를 해 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자동차가 1일 최종결승 3차전에서 대반격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이 문제는 꼭 풀어야만 할 숙제 중 하나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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