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우승자 정남균(삼성전자)은 컨디션이 좋아 은근히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데 중반까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한 그가 홈코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레이스 내내 아프리카선수들 뒤만 쫓는 소극적인 레이스로 일관한 것은 무척 아쉽다.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아무튼 이번 2001동아서울국제마라톤은 한국 육상관계자들이 한국마라톤의 ‘현주소’를 냉철히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뛰어난 한두 명의 선수로 ‘마라톤 강국’의 명성을 유지해 가기는 힘들다.
한국남자마라톤은 최고기록이 2시간10분대 이내인 현역 선수가 고작 3명뿐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에만 남자마라톤에서 10명의 선수가 2시간10분대 이내에 진입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낌없는 투자의 결과다.
한국마라톤은 현재 고비를 맞고 있다. 여기서 확실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세계무대에 ‘명함’도 제대로 내보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현 세계 마라톤은 스피드경쟁이 치열하다. 지구력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5000m와 1만m 등 중장거리 선수들이 대폭 육성되고 그 바탕 위에 스피드를 갖춘 마라톤선수의 저변이 넓혀져야 한다.
이번 대회 우승자 조시아 벰베가 결승선 몇 백m 앞에서 마치 중장거리 선수의 큰 보폭으로 투과니를 따라잡는 장면은 국내 육상관계자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감독·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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