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엿보기]"목청 높이면 봐주고…"

  • 입력 2001년 3월 20일 20시 04분


‘울어대면 젖을 주는가.’

국내 프로농구 코트에 ‘오심’이 쏟아지고 있다. 벤치에서 격렬하게 목소리를 높이면 유리한 판정이 나오고 상대팀에서 또 여기에 반발할 경우 정반대로 보상이 따르기도 한다.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8일 LG―SK전과 19일 삼성―SBS전에서 또다시 심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휘슬에 따라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니 승자나 패자 모두 찜찜한 표정일 수밖에 없다. 파울휘슬을 지나치게 많이 불어 최근 2경기에서는 정규리그 평균보다 6개 많은 49개가 쏟아졌다. 2게임을 통틀어 퇴장도 9명이나 됐다. 반칙이 많은 만큼 경기도 자주 끊겨 농구팬에게 짜증만 안겼다.

게다가 정작 파울을 지적해야 할 때는 외면을 해 거친 반칙이 난무, 부상 우려에 팬들이 애간장을 태웠다. 목청껏 소리질러 항의해야 봐주는 상황이니 걸핏하면 벤치에서 고성이 나온다. 플레이에 집중해야 될 선수들이 심판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 턴오버가 많아지고 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등 경기 내용도 나빠졌다.

플레이오프 들어 심판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경기마다 접전이 펼쳐지고 있어 한순간의 잘못된 판정이 승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농구연맹(KBL)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특정 팀에 편파 판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와 심판에 대한 불신 풍조까지 만연된 상황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목소리 큰’ 연주자만 키워준다면 제대로 된 교향곡이 연주될 리 없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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