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로 고국을 찾은 재일동포 유도선수 추성훈(26·부산시청)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아 맺힌 한을 풀었다.
추성훈은 22일 대한유도회가 발표한 국가대표 1, 2진 명단에 라이벌 조인철(용인대)에 이어 남자 81㎏급 대표 2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추성훈은 이에 따라 다음달 14일부터 이틀 동안 몽골에서 열리는 2001아시아선수권대회에 첫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된다.
일본 긴키대 시절 간사이지방대회를 3연패하는 등 일본 내 랭킹 5위권의 실력파였던 추성훈은 98년 귀화를 조건으로 내건 일본 내 실업팀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고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모국의 벽은 높았다. 같은 체급에 96애틀랜타, 2000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조인철이 버티고 있는 데다 문화적 이질감과 기술적용 및 심판 판정에서의 차이 등으로 번번이 대표 선발전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 추성훈은 이 과정에서 국내 유도계의 텃세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방인의 설움을 토로했고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도 태극마크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일본 귀화를 전격 선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성훈은 이 같은 돌출행동 탓에 이번에도 하마터면 태극마크의 꿈을 접을 뻔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3위를 한 권영우(한양대)와 1, 2차 선발전 점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대표선발권을 쥔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와 유도회 상임이사들이 대부분 권영우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 그러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김정행 대한유도회장의 의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정통 유도에 익숙한 추성훈의 과제는 유럽의 변칙기술에 적응하는 일. 권성세 대표팀 감독은 “일본 선수들도 두려워하는 유럽선수들의 기술을 단기간에 적응해 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추성훈은 “오늘 그동안 준비했던 귀화서류를 모두 찢어버렸다”며 “이제 첫 목표를 이뤘으니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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